프랑스의 어느 빵집에서는 빵 봉지에 들뢰즈의 문구를 적어 놓았다. 저 유명한 프랑스 현대 철학자 들뢰즈를.
“많은 나라에서 옛날 식 파시즘이 아무리 활개 치고 아무리 강력하다 해도, 그것은 작금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파시즘들이 일어나고 있다. 신(新)-파시즘이 자리 잡아 가는데, 이와 비교하면 옛날 식 파시즘은 민속(民俗)처럼 보일 지경이다… 신-파시즘은 전쟁의 정치와 경제가 아니다. 그렇기는커녕 신-파시즘은 안보에 대한, 전쟁 못지않게 끔찍한 “평화” 관리에 대한 전 세계적 합의이다. 우리를 미시 파시스트로 만드는 모든 작은 공포들이, 모든 작은 불안들이 협의 하에 조직되고 있으며, 우리는 골목에서, 동네에서, 지역 영화관에서 각각의 사물을, 각각의 얼굴을, 각각의 말을 좀 더 강하게 질식시키는 일을 떠맡는다.”(들뢰즈, 「부자 유대인」(1977), 『광인의 두 체제』, p. 125.)
이 구절은 당시 프랑스 사회를 보며 들뢰즈가 언급한 내용이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을 돌아보게 만든다. 특히 난민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비춰 볼 수 있게 해 준다.
들뢰즈는 ‘안보’와 ‘평화’를 지향하는 와중에 우리 자신도 모르게 미시 파시즘이 우리의 삶과 행동에 스며들었다고 진단한다. 뼈아프고도 통렬한 통찰이다.
(6년 전 글) 여기서 ‘안보’는 종종 ‘안전’이라고 번역되는 sécurit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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