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술 마니아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이공계(이과)를 지망했다. 대학도 처음에는 생명공학 쪽으로 입학했고. 비록 실험(조작)이 싫어서 이공계의 길을 단념하고, 다시 미학-철학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었지만, 기술에 대한 애정을 버린 적은 한 번도 없다. (집에서 간단한 배관, 납땜, 부품 교체, 조립 등은 손수 한다.)
내가 최근에 인공지능 기술의 부정적인 측면을 비판한다고 해서 기술에 대한 애정이 애초에 없었거나 식어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다른 이유가 있다.
기술은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구축하는 데 얼마나 저렴한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나는 인류 역사의 거의 내내 후자가 기술의 핵심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량 공세로 해결할 수도 있지만, 같은 기능을 아주 저렴하게 구현할 수 있다면, 그것이 멋진 일 아닌가? 또 그래야만 모두가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를 ‘기술의 가성비 문제‘라고 칭해도 좋겠다.
기술과 관련해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특정 기술이 사용되는 사회라는 장이다. 들뢰즈·과타리는 ‘기술 기계’는 ‘사회 기계’ 안에서 기능이 확정된다고 이해했다(《안티 오이디푸스》 참조). 시계는 시간을 측정하는 기계이기도 하지만 도시의 질서를 만드는 기계이기도 하다. 즉, 기술은 사회의 기능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당장은 아니더라도 중장기로 보면 그렇게 된다). 이를 ‘기술의 사회적 제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인공지능, 특히 초거대 언어모델 인공지능(LLM AI)는 앞의 두 관점에 부합할까? 나는 LLM AI가 일단 경제적으로 지나치게 비싸고(2025년까지 전 세계 AI 투자액이 276 조 원, 참고로 대한민국의 2024년 총예산이 657조 원임; 샘 알트먼 발언도 참고) 또한 생태, 전기, 에너지, 자원 문제 및 불평등 강화를 통해 사회를 파괴한다고 진단한다(가령 마이크로소프트는 그간 해왔던 ‘친환경 세탁’을 일거에 철회하고 전 세계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함). 즉, 경제적으로 생태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지경까지 왔다는 것이 내 견해.
역설적으로, 네이버가 지금 부진한 편이지만, 가성비와 사회적 제어라는 두 문제에 부응하는 면이 있어서, 미래를 지켜볼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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