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어렵다. 글쓰기를 전문으로 사는 사람에게도 어렵다. 글쓰기는 인간의 지능 역량의 총화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능이 높을수록 글쓰기를 잘 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읽기도 그렇지만 쓰기도 보통의 지능으로 잘 할 수 있다. 그에 맞는 훈련이 필요할 따름이다.
장르마다 글 쓰는 방식이 다를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생각과 아이디어가 조립되어 표현된다는 점에서는 같기도 하다. 나는 방금 ‘조립’이라고 표현했다. ‘건축’이라고 할 수도 있다. 글쓰기는 ‘짓기’다. 서양에서 ‘시(詩)’의 어원이 되는 ‘포이에인(ποιεῖν, poiein)은 ‘짓다’라는 뜻의 동사다. 짓기는 꼭 ‘시’만 해당하지는 않는다. ‘옷’이나 ‘음식’이나 ‘건물’을 짓는 것도 다 ‘짓기’의 대상이다.
짓기 위해서는 ‘재료’ 혹은 ‘부품’이 필요하다. 글짓기의 경우 그것들은 더 작은 생각 조각이다. 말하자면 글쓰기란 작은 생각 조각들을 조립해서 큰 생각의 건물을 짓는 작업이다. 그런데 집을 짓기 위한 재료를 보면 굉장히 다양하다. 벽과 기둥을 쌓을 때 필요한 벽돌도 있겠고, 철근이나 유리, 나무도 있다. 전기나 수도나 가스가 지나다니는 관도 있어야 한다. 단열재, 외장재, 내장재도 필요하고. 이렇게 다양한 재료가 없으면 집을 지을 수 없다. 이는 정확히 글에도 해당한다.
보통 글쓰기가 어렵다고 느끼고 부담을 갖는 까닭은 처음부터 완성된 한 편의 글을 쓰려 하기 때문이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맨 처음에 필요한 것은 작은 재료를 모으는 일이다. 하지만 재료라고 해서 꼭 ‘소재’만 가리키는 건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작은 생각이나 아이디어다. 비록 작거나 단순하더라도 생각이나 아이디어는 독자적으로 완결된 형태를 띨 수 있다. 결국 그것들이 쌓여 크고 복잡한 생각을 이루게 될지라도 말이다.
인용, 단상, 사실 기록, 남의 의견, 느낌, 사건 등은 개별적으로 완결될 수 있다. 그 하나하나가 바로 재료다. 그러니 최대한 메모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 내 경우 최근에는 텔레그램에 저장한다. 내가 전에 애용한 노션이나 구글킵 등 방법은 많다. 대개는 문장의 형태로 말이다. 그것들이 모이면 내 홈페이지나 페이스북에 쓰는 분량의 글로 일단 발간한다.
문단이란 문장의 모임인데, 개별 문장보다는 더 큰 생각의 덩어리다. 여러 문장이 결합해서 더 큰 생각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문단이 몇 개 모이면, 칼럼 한 편 분량의 글이 될 수 있다. 개별 문장과 문단의 관계는, 문단들과 글 한 편의 관계와 같다. 결국 문장에서 문단을 거쳐 한 편의 글에 이르기까지 생각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놀랍게 결합되었는지가 관건이다. 독자에게 좋은 반응을 일으키는 글은 이것들이 잘 행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글이 안 써진다고 불평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당장 메모를 시작하라. 재료가 쌓이다 보면 지들끼리 알아서 결합하고 융합하고 발효한다. 그때 그렇게 결합된 놈을 잡아채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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