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서양철학사 책은 어떤 걸까?

명색이 서양철학을 공부했고 또 가르치고 있는 처지라서 그런지 적당한 서양철학사 책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가끔 받는다. 지금 생각에는 교양 시민이 서양철학을 꼭 공부해야 하는지 회의적일 때도 많다. 아무리 공부해도 도무지 알아먹기 어렵기 때문에 선뜻 철학 공부를 권하기도 마땅치 않다. 생각의 훈련이 필요없다는 말은 아니고, 굳이 그걸 저 어려운 분과학문인 ‘철학’을 통해 해야겠느냐는 데 대한 의구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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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의 《시네마》와 나

내가 들뢰즈의 《시네마》 연작을 본격 연구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2015년 초였다. 나는 2013년 2월에 늦깎이 박사를 받고 , 2014년까지 6편의 KCI급 논문을 출판했다. 2014년 12월에는 《안티 오이디푸스》 번역을 출판했고. 그러나 이 시도는 실현되지 못했다. 시골 생활에 서울까지 오가는 강의는 너무 많았다. 메르스 사태에 대한 작은 책(2015.08)과 들뢰즈 해설서(《혁명의 거리에서 들뢰즈를 읽자: 들뢰즈 철학 입문》, 2016.06)를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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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도 지각할 수 있을까?

사물도 지각할 수 있을까? 생물이 지각한다는 건 명백하다. 지각은 외부 세계로부터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뽑아내는 활동이다. 야콥 폰 윅스퀼이 잘 보여줬듯, 생물은 ‘둘레세계(Umwelt)’ 속에서 살아간다. 둘레세계는 이른바 객관적인 세계인 ‘환경(Umgebung)’ 중에서 뽑아낸 그 생물에게만 특유한 세계를 가리킨다. 여기서 생물은 보통 ‘종’ 수준에서 이해될 수 있으며 개체 간 차이를 배제하지 않지만, 대체로 종(혹은 개체군) 수준의 공통성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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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의 《시네마》 연작은 영화/영화사 연구가 아니다

“이 연구는 영화의 역사가 아니다. 이 연구는 분류학(taxonomie), 즉 이미지들과 기호들을 분류하려는 시도다.”(《시네마1: 운동-이미지》, 1983, 원서 7쪽) 사람들이 크게 오해하고 있지만, 들뢰즈의 《시네마》 연작은 사실 ‘영화’를 주제로 삼고 있지 않다. 영화는 소재일 뿐, 실제 다루려고 하는 건 서양 철학의 가장 큰 주제 중 하나인 주객(subject-object)의 문제, 마음의 본성, 이미지의 본질, 뇌, 이런 것들이다. 영화는 이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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