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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화론

아래는 2017년 프랑스철학회 봄학술대회에서 박인성 교수가 발표한 글("들뢰즈와 무문관의 화두들")의 일부이다. 여기에는 들뢰즈가 인용한 유일한 한국인이 등장한다. 번역까지 포함해서 해당 자료집에서 그대로 옮겼다.

 

"들뢰즈는 그의 저서 <의미의 논리> '계열19 익살'에서 당나라로 유학 가서 위앙종의 선사로 활약했던 신라 스님 파초혜청(芭蕉慧淸)의 화두 “그대들에게 주장자가 있다면 그대들에게 주장자를 주겠노라. 그대들에게 주장자가 없다면 그대들에게서 주장자를 빼앗겠노라.”에 담긴 부정의 의미를 말라르메와 크뤼시포스가 말하는 부정의 의미와 나란히 놓으면서, ‘의미의 논리’에 입각해서 멋지게 풀어낸다."(자료집, 36쪽)

 

"사건이란 형태와 공허의 동일성이다. 사건은 지시되는 것으로서의 대상이 아니라, 표현되는 또는 표현될 수 있는 대상이지만, 결코 현재하지 않는 것이며, 언제나 이미 지나간 것이자 여전히 오는 것이다. 가령 말라르메에게 있어서 그 자체의 부재 또는 폐기에 상당하는 대상이다. 왜냐하면 그에게 이 폐기(abdicatio)는 바로 순수 대사건(dedicatio)으로서의 공허 안에서의 위치이기 때문이다. 선(禪)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대가 하나의 주장자를 가지고 있다면, 나는 그대에게 주장자를 주겠노라. 그대가 주장자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나는 그대에게서 주장자를 빼앗겠노라.” (또는 크뤼시포스가 말하듯이, “만약 네가 무언가를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너는 그것을 가지고 있다. 너는 뿔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그러므로 너는 뿔을 가지고 있다.” 부정은 더 이상 부정적인 것을 표현하지 않으며, 단지 순수한 표현가능한 것만을 그 외짝인 두 반쪽들과 더불어 이끌어낼 뿐이니, 이 두 반쪽 중 한쪽은 언제나 다른 한쪽이 결여해 있다. 과잉에 의해 결핍이 될 때 동시에 그 자체의 결여에 의해 과잉이 되기 때문이다(사물=x에 대한 말=x)"(자료집 65~66쪽, 들뢰즈, 의미의 논리, 프랑스어 원본 pp. 161~162; 한글본 242쪽, 필자의 번역수정)


"소멸된 기호작용과 상실된 지시작용을 가로지르면서 공허는 오직 그 장소만을 가지는 곳에서, 그 자체의 무의미로 이루어지는 의미의 혹은 사건의 장소이다. 공허는 그 자체 역설적 요소, 표면의 무의미, 의미로서의 사건을 분출하게 하는, 언제나 자리옮김하는 우발점이다. “해탈해야 할 생사의 윤회도 없고, 도달해야 할 무상(無上)의 지혜도 없다.”"(자료집 66쪽, ibid., p. 162; 243쪽, 필자의 번역수정)

 

들뢰즈가 인용한 글의 원문: 무문혜개, <무문관>, 제44칙 파초주장(芭蕉拄杖)

 

"본칙:
파초화상은 문하의 대중들에게 말했다. “그대들에게 주장자가 있다면 그대들에게 주장자를 주겠노라. 그대들에게 주장자가 없다면 그대들에게서 주장자를 빼앗겠노라” (芭蕉和尙示衆云. 爾有拄杖子. 我與爾拄杖子. 爾無拄杖子. 我奪爾拄杖子.)


평창
주장자의 도움을 받아 다리가 끊어진 강을 건너고, 주장자와 함께 달이 없는 마을로 돌아간다. 만약 이것을 주장자라 부른다면, 지옥에 떨어지는 것이 화살과 같다. (扶過斷橋水 伴歸無月村 若喚作拄杖 入地獄如箭)

 


제방의 깊음과 얕음은 모두 손 안에 있을지니,

하늘을 떠받치고 땅을 디디며 가는 곳마다 종풍을 휘두르네.
(諸方深與淺 都在掌握中 撑天幷拄地 隨處振宗風)"(자료집 67~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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