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철학과 문화론

'천 개의 고원' 번역이 끝난 뒤, 난 이 책을 들여다보기가 너무도 싫었다. 너무 오래 작업에 매달리기도 했고 몸도 많이 아팠으며 출판사와는 상종도 하지 못할 관계로 틀어졌다(출판사의 돈 욕심과 신뢰 파손). 출판사로부터 원고료도 떼이고, 나아가 이를 발설한 나의 사회 관계는 어색해졌으며(자꾸 시끄럽게 일을 키우면 이 사회에선 따돌림을 당한다, 모르는 척 넘어가는 것이 예의다), 이어지는 다른 문제들 때문에 개인사가 복잡해지기도 했다. 아무튼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내 편이 되어 주지 않았고,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공정함'의 편이 되어 주지 않았다. 허기야 그들 각자가 맺고 있거나 속해 있는 관계가 있을 터이니 이해하지 못할 사정도 아니나, 서운함과 속상함이 결코 작은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출판 계약도 해지한 상태이다. 그래서인가... 나는 이 책과의 관계를 절연했었다.

이 책을 처음 만난 지 10여 년만에 다시 원서를 들춘다. 학위논문을 완성하기 위함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정제되고 명징한 언어이다. 과거 나의 번역에 대해서는 소상히 비교하지 못했지만 부끄러움이 앞선다. 의욕만 앞서고 시간과 역량 둘 다 부족했다. 물론 이러한 자평은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이다. 자신이 10년 전에 한 대부분의 일에 어찌 아쉬움이 없으랴. 독자에겐 미안할 따름이다. 기회가 되면 잘못된 부분에 대한 수정을 통해 보상하고 싶다. 그나 저나 10년의 시간이 지났건만 들뢰즈 연구에서 진전은 거의 없어 보인다.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나 자신의 책임도 분명 있지만, 사회 전체로서도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는 점은 함께 반성을 요한다. 박사과정을 마치고 7년 반의 시간 동안 논문은 써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내 역량의 한계를 절감하기도 했다. 내가 최선을 다했던가? 내가 겪은 세세한 어려움들을 열거할 필요는 없으리라. 중요한 것은 그 와중에 내 안에서 뭔가 자라난 것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피어날 때가 도래했다.

학문을 하기엔, 하기야 뭘 하기에도, 이 땅의 환경은 좋지 않다. 2Mb의 하드디스크를, 램이 아니라, 선택한... 하지만 나는 간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안티 오이디푸스" 1쇄 중 수정사항 정리 (2015년 2월 2일) 철학자 2015.02.09 972
공지 나쁜 독서와 아예 읽지 않는 것 중 어느 것이 가치가 더 나은지 알지 못한다 철학자 2014.12.08 1124
공지 들뢰즈 국제학술대회 및 캠프 안내 (최종버전) 철학자 2016.06.09 1041
공지 박사학위논문 통과 "들뢰즈의 비인간주의 존재론" [2] 철학자 2013.01.17 128749
공지 김재인 '들뢰즈의 비인간주의 존재론' (파일) 철학자 2013.04.17 135980
공지 들뢰즈에게 궁금한 것들 [46] 철학자 2011.08.17 27387
410 존 라이크만 강연 (사진자료 포함) 철학자 2008.03.07 18797
409 "나쁜 기침이 내 피를 없어지게 했어." 철학자 2008.03.06 10857
408 누구에게나 같은 객관적 ‘세계’란 없다 [2] 철학자 2008.02.18 12604
407 실재의 총체로서의 신 철학자 2008.01.30 489
406 아이가 어른이 되기까지 철학자 2008.01.29 13018
405 텐서 [tensor] 철학자 2008.01.17 21833
404 프랑스어 le langage와 la langue의 차이점 [1] 철학자 2008.01.17 14244
403 반음계주의, 반음계, 온음계 철학자 2008.01.17 20712
402 변이 또는 변주 (variation) 철학자 2008.01.16 9209
» 다시 '천 개의 고원'을 읽으며 철학자 2008.01.16 8836
400 선형 [線形, linear] 철학자 2008.01.16 10431
399 The Son of Sam 철학자 2008.01.15 9491
398 나였잖아 [3] 철학자 2007.11.07 11051
397 intensité (intensity) 번역에 관하여 (작성중) 철학자 2007.11.05 14733
396 L'Abécédaire de Gilles Deleuze (Summary) 철학자 2007.10.26 50143
395 천재에 대한 질투 없이... [3] 철학자 2007.10.19 18064
394 기적을 믿는 것 [3] 철학자 2007.10.17 15557
393 들뢰즈의 철학사 연구 주요 대상 철학자 2007.10.06 19244
392 들뢰즈가 만든 철학사 논평 (진행중) 철학자 2007.10.04 431
391 들뢰즈가 발표한 길고 짧은 글들 목록 (진행중) [1] 철학자 2007.09.27 214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