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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화론

http://www.hani.co.kr/section-009100003/2004/07/009100003200407021847233.html‘자율주의’ 낳은 들뢰즈 ‘차이의 존재론’ / 편집 2004.07.02(금) 18:47 (한겨레)
  

들뢰즈 사상 형성과 전개 살핀
자율주의 이론가 하트의 저작
헤겔 변증법 논리를 뛰어넘은
독자적인 철학체계 분석·평가


마이클 하트(44·미국 듀크대 교수)는 자율주의(아우토노미아주의) 이론의 교과서라 할 〈제국〉을 안토네오 네그리와 함께 쓴 ‘신좌파’ 진영의 소장 이론가다. 네그리와 하트의 자율주의 이론은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1925~1995)의 사유에 사상적 기반을 두고 있는데, 〈들뢰즈 사상의 진화〉는 이 사상적 기반인 들뢰즈 철학의 형성과 전개를 살핀 하트의 저작이다.

이 책은 별도의 두 논문을 하나로 엮은 것인데, 1부가 들뢰즈의 ‘철학사상’을 탐색하고 있다면, 2부는 들뢰즈의 ‘사회사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가운데 1부는 1996년 국내에 단행본(〈들뢰즈의 철학사상〉)으로 번역돼 나온 바 있는데, 이번에 처음부터 다시 번역해 자율주의와 들뢰즈 사상의 결합지점을 좀더 분명히 밝히려 했다.

들뢰즈 사상은 광대한 주제, 난해한 용어, 불친절한 서술 때문에 그 전체를 일목요연하게 이해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들뢰즈 사상의 진화〉는 지은이가 들뢰즈 사상을 그 출발점에서부터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이해하려 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책은 우선 들뢰즈를 헤겔과 대적한 철학자로 규정하고서 시작한다. 철학적 도제시기에 들뢰즈는 당대 유럽 사상의 압도적 지배자였던 헤겔을 쳐부수고 독자적인 철학을 구축하려 했다는 것이다. 헤겔에게서 모든 개별적 존재는 그것들을 포함하는 전체 체계의 부속품일 뿐이다. 지은이가 보기에, 이 헤겔 변증법을 완전히 타파하는 일은 극히 어려운 일인데, 헤겔에 대한 부정(반)이 더 높은 차원의 종합(합)의 계기가 돼 버림으로써 헤겔적 변증법 논리에 말려들고 말기 때문이다.

헤겔주의를 부정하되 헤겔적 변증법으로 복속되지 않고, 영원히 그 변증법의 그물에서 탈주할 수는 없을까 초기의 들뢰즈는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대 철학 사상의 비주류인 베르그송·니체·스피노자를 차례로 답사해 자기 나름의 체계를 세웠다고 이 책은 말한다. 독특한 것은 20세기 후반 프랑스의 포스트구조주의 철학 사상에서 반형이상학·반존재론의 분위기가 널리 퍼져 있었는데, 들뢰즈만은 철학의 근본질문으로서 존재론에 천착했다는 사실이다. 존재론적 기반이 없다면, 세계를 총체적으로 해석하는 새로운 철학을 세울 수 없다고 보았던 것 같다.

이 책의 설명을 따르면, 들뢰즈는 베르그송에게서 존재론의 기초를 찾아내고, 니체에게서 윤리학적 원칙을 발견한 뒤 스피노자에게서 정치학, 다시 말해 혁명적 실천의 원리를 얻음과 동시에 존재론의 완성태, 곧 반헤겔적인 유물론적 존재론에 도달했다. 들뢰즈의 존재론은 한마디로 줄이면, ‘차이의 존재론’이라 할 수 있을 텐데, 모든 개별적 존재는 단독자로서 다른 모든 것과의 차이를 본질적으로 내장하고 있다. 이 단독자들이 서로 마주쳐 모임을 이루면 다양체가 된다. 이 다양체가 자율주의 정치이론의 ‘다중’으로 나타나며, 다중이 만나 이루는 자율적 조직이야말로 민주주의의 형식이 된다. 지은이는 이렇게 해석한 들뢰즈 사상을 후기의 주요 사회사상 저작인 〈안티오이디푸스〉와 〈천 개의 고원〉을 해석하는 열쇠로 삼음과 동시에 그 저작들에서 이 사상을 재발견한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http://www.hani.co.kr/section-009100003/2004/07/009100003200407021847233.html

[인문사회]‘들뢰즈 사상의 진화’…‘들뢰즈 바다’에 뛰어들기
입력 | 2004-07-02 17:45  (동아일보)

프랑스 사상가 질 들뢰즈(1925∼1995)가 1995년 파리의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지 10년이 가까워 오지만 들뢰즈 사상의 영향력은 점점 더 진폭이 확대돼 가고 있다.

‘감각의 논리’, ‘앙티 오이디푸스’, ‘천개의 고원’, ‘스피노자의 철학’ 등 들뢰즈의 주요 저서는 이미 국내에도 거의 다 번역돼 있다. 문제는 욕망, 관계, 유목적 사유 등 서구의 지적 전통에서 모호한 대상으로 여겨져 왔던 영역을 자신의 주요한 사유 영역으로 삼고 있는 ‘들뢰즈의 바다’에 직접 뛰어드는 일이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미국 듀크대의 문학 담당 교수인 저자가 쓴 들뢰즈 안내서. 그러나 단순한 입문서의 차원을 훨씬 넘어선다. 저자는 이탈리아의 사상가 안토니오 네그리와 함께 ‘제국’, ‘디오니소스의 노동’ 등을 저술한 사람으로 국내에 알려져 있고, 지금도 네그리와 함께 ‘제국’의 후속편인 ‘다중(多衆·Multitude)’을 준비하고 있다(8월 출간 예정). 하지만 저자는 그에 앞서 워싱턴대에서 들뢰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들뢰즈 권위자다.

저자는 이 책에서 베르그송의 존재론, 니체의 윤리학, 스피노자의 정치학 등을 섭렵하며 자신의 철학을 형성한 들뢰즈의 초중기, 그리고 펠릭스 가타리와 공동작업을 했던 후기 저작들을 면밀히 추적했다. 이를 통해 들뢰즈가 개방적, 수평적이며 집단적인 민주 사회의 구성 논리를 추출해 정치철학적 기획으로 ‘진화’돼 온 과정을 드러냈다. 들뢰즈에 대한 이런 독해는 또한 저자가 네그리와 함께 추구하고 있는 ‘다중의 자율적 사회’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http://www.donga.com/fbin/output?f=totalM&code=M__&n=200407020190&curlis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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