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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화론

경제제일주의자 이명박, 숭례문을 태워먹다
[칼럼] 부도덕한 정치인이 만연시킨 사회의 가치전도 현상
입력 :2008-02-12 11:38:00   김동렬 칼럼리스트
정신병자와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범죄를 저질러도 징벌되지 않는다. 그 정신병자와 미성년자를 관리할 책임이 사회에 있기 때문이다. 책임은 권리에 비례한다. 책임질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그것이 합리적이다.

애꿎은(?) 당선자를 비난하는 사람은 많고 방화범을 비난하는 사람은 오히려 적다. 방화범에게 숭례문을 원상태로 되돌려 놓을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합리적인가? 이명박인가 방화범인가?

주류 언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류들 중 가장 잘못된 주장은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지적하는 내용이다. 이를테면 교회의 목사가 교회재산을 빼돌려도, 물을 흐리는 것은 한 마리 미꾸라지일 뿐, 대다수 선량한 목사나 교사를 탓해서는 안 된다는 식이다. 천만에! 그렇지 않다. 목사 한 사람이 잘못했으면 대다수 목사 뿐 아니라 기독교도 전체를 싸잡아 비난해야 기독교 공동체가 책임을 느끼고 자정노력을 한다. 그래야 문제가 해결된다.

답은 합리성에 있다. 누구에게 책임을 묻는가는 누가 원인을 제공했느냐가에 따라 절대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더 문제해결에 합리적인가에 따라 상대적으로 결정된다.

대낮에 씽크대 위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를 발견했다면 보이지 않는 씽크대 뒤쪽에는 최소 300마리의 바퀴벌레가 살고 있다는 증거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흙탕물이니까 그곳에 미꾸라지가 사는 것이다.

맑은 물에는 미꾸라지가 살지 않는다. 그 물을 맑히지 않는 한 흙탕물은 피해갈 수 없다. 한 마리 미꾸라지를 탓할 것이 아니라 그 미꾸라지가 서식하는 물을 갈아야 한다. 판갈이가 아니면 안 된다.

상자 속의 귤 하나가 썩어 있다면 사흘 내로 상자 속의 모든 귤이 썩는다. 한 명이 잘못을 저지르면 전부 싸잡아 비난하기로 부족하고 완전히 판갈이를 해야한다. 그래야 문제가 해결된다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래야 공동체 내부의 감시, 견제장치가 작동하는 것이다.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 한 사람만을 비난한다면 절대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아무리 처벌의 수위를 높여도 사고치는 멍청이는 항상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어지간한 범죄자는 총살된다. 해마다 무수히 많은 범죄자가 총살되지만 범죄는 끝없이 계속된다. 왜 중국에서는 모든 것이 가짜이고 짝퉁인가? 그렇게 많은 범죄자가 총살되어도 기상천외한 범죄가 끝없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반면 선진국은 사형제도를 폐지했어도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다. 왜 어떤 나라는 총살을 시켜도 범죄가 일어나고 왜 어떤 나라는 사형제도를 폐지해도 범죄가 저절로 근절되는가?

최근 방송에 보도된 일부 목사, 승려들의 범죄는 기독교 공동체 내부의, 불교 공동체 내부의 감시장치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공동체 전체가 책임을 느껴야 공동체의 자정장치가 작동된다.

공동체 내부의 자정장치가 아예 없다면 그 자정장치가 만들어질 때 까지 싸잡아 비난해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해결된다. 공동체 전체가 책임을 나누어질 때 사형제를 폐지해도 범죄는 저절로 사라진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에 백명씩 총살해도 범죄는 계속된다. 중국처럼.

한 명이 잘못하면 모두가 잘못한 것이다. 이미 모두가 고통을 느끼고 있다. 한국인 모두가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인 모두가 다 잘못했다는 증거다. 한국인의 문화수준이 만천하에 드러난 사건이다.

한국인이 다 잘못했으니 한국인이 다 고통을 느낀다. 이렇게 싸잡아 모두가 다 고통을 당하기 때문에 싸잡아 비난을 해야한다. 당연히 일반화 시켜야 하는 것이다. 일반화 시켜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분노해야 한다. 분노해야만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게 된다. 인간은 화가 나야만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게 된다는 과학계의 연구결과 보고가 얼마 전에 있었다. 분노한 집단과 분노하지 않은 집단의 문제해결 성과를 비교했을 때 분노한 집단이 더 성과가 높았다는 것이다.

이번 화재사건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는 역시 합리성에 따라 결정된다.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제 2의 숭례문 화재를 막을 수 있을까? 그것이 정답이다.

이번 사고는 이명박 잘못이다. 이명박 하나로 일반화 되어야 한다. 오직 이명박을 꾸짖어야 제 2의 삼풍백화점, 제 2의 성수대교, 제 2의 대구지하철 화재를 막을 수 있다. 유조선 기름유출에 아무 책임이 없다는 삼성을 씹어야 제 2의 기름오염을 막을 수 있듯이. 돈이 있고 힘이 있는 자를 씹어야 한다. 만약 그리하지 않고 법조문만 따진다면 범죄수렁에 빠진 중국처럼 된다.

배심원제도가 있는 미국이라면 그렇다. 예컨대 현대자동차가 판매한 트럭을 몰고가던 어떤 노동자가 갑자기 도로에 뛰어든 가난한 소년을 치어서 부상을 입혔다면, 미국의 배심원들은 아무 관련이 없는 현대자동차에 배상책임을 물린다는 내용의 신문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현대자동차가 처음 엑셀을 들고 미국에 진출했을 때 미국사회의 이러한 관행을 몰라서 이런 식의 황당한 사건으로 무수히 곤욕을 치르고 거액을 물어주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왜냐하면 소년은 다쳤고 누군가는 치료비를 내야 하는데 돈 나올 곳은 현대자동차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은 언제라도 해결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해결책임을 묻는 것이다. 한국에 배심원제도가 있었다면 기름오염 책임은 당연히 돈이 있는 삼성에 물었을 것이다. 배심원들이 그렇게 평결을 내렸을 것이다.

독일이라면 태풍이나 지진과 같은 재난사고가 났을 때 민간의 성금을 모금하지 않는다고 한다. 당연히 국가에게 책임이 있기 때문에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태도이다. 돈이 있고 힘이 있는 쪽에 공동체의 성원 모두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 그것이 더 합리적이다. 그렇게 해야 문제가 실제로 해결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중국처럼 날마다 총살을 시켜도 사고는 끝없이 일어난다.

이명박이 경제제일주의를 표방하면서 사람들의 목표가 없어진 것이 큰 문제다. 공동체에 대한 귀속감이 사라진 것이다. 한국인이 한국을 사랑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런데도 불이 나지 않겠는가?

나라를 팔아먹어서라도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자가 있는데, 일본의 침략책임을 덮어놓고 가자는 정치가가 있는데, 어찌 문화재에 불을 확 싸질러버리고 싶다는 미친 자가 나타나지 않겠는가?

세상 모든 존재하는 것은 제각기 그 존재이유가 있고 나름대로 가치가 있는 법인데, 그 각자의 가치를 부정하고 경제만 살리면 된다고 주장하면 많은 사람들은 그만 허탈해지고 만다. 그 사람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절망에 빠뜨릴 때 그 후과가 어떻게 되겠는가?

많은 백수들이 3D업종에 취직을 거부하는 것은 자존심 때문이다. 자존심 팔아서 삽들고 운하건설에 나서라는데 어찌 울분이 없겠는가? 영어 못하면 돈도 못 벌고 2등국민 된다는데 어찌 슬픔이 없겠는가? 많은 사람들을 절망과 낙담으로 몰아간 죄 어찌 용서되겠는가?

공동체는 공동체의 성원 모두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 거지도, 백수도, 장애인도 보호해야 한다. 공동체가 공동체의 보호역할을 부정하고 거지의 게으런 탓, 백수의 영어 못하는 탓, 장애인의 무능한 탓으로 몰아가는데 어찌 공동체의 공동재산을 내 재산처럼 보호하겠는가?

공동체의 공유재산에 불을 확 싸질러 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유발하는 자가 누구인가? 공공의 일을 하는 공무원을 대량해고하는 판인데 공공재인 문화재가 무슨 소용이 있다는 말인가?

인간은 돈이 없어도 살지만 자부심 없이는 살지 못한다. 인간은 빵이 없어도 살지만 친구가 없이는 살지 못한다. 인간은 헐벗어도 살지만 의미가 없이는 살지 못하다. 누가 그들에게서 자부심을 빼앗고 친구를 빼앗고 삶의 의미를 빼앗았는가? 돈이다. 돈이 원인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왼종일 돈타령만 하는 자와 그의 추종자들이 그들에게서 자부심을 빼앗고, 친구를 빼앗고, 삶의 의미를 빼앗았다.

이명박의 등장은 한 마디로 가치의 전도현상이다. 세상 모든 존재하는 것이 제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목도하게 된다. 사람의 가치가 절하되고, 재물의 가치가 높아질 때 어떤 비극이 닥칠지 앞으로 5년 동안 줄기차게 반복하여 목격하게 된다. 이건 예고편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신이 진리 앞에서 눈 감은 인간을 형벌하는 방식이 이러하다. 역사가 한국인을 훈련하는 방법이 이러하다. 그 훈련 쉽게 끝나지 않는다.

방화범은 왜 숭례문에 불을 질렀을까? 미쳤기 때문이다. 곱게 미치지 않고 어떻게 미쳤는가? 그는 숭례문이 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과연 숭례문이 가치가 있는가? 무슨 가치가 있지? 숭례문에서 쌀이 나오나 떡이 나오나? 돈이면 다 된다는 시대에 우리는 어떤 논리로 그 방화범의 오류를 증명할 수 있겠는가?

이명박이 경제제일주의를 표방하는 순간 태양도 빛을 잃었고 달도 얼굴을 찌푸렸다. 세상 모든 것이 가치를 잃었다. 경제가 어려운데 숭례문이 무슨 소용이야. 무슨 가치가 있나? 대답할 자 누구인가?

▲ 김동렬 칼럼니스트 
공동체가 공동체의 의미를 부정할 때 붕괴된다. 공동체의 공동재산이 먼저 파괴된다. 국가가 빈민을 보호하지 않고 너의 게으런 탓이며 너의 영어 못하는 탓이라고 책임을 떠넘길 때 공공재가 먼저 파괴된다. 국가의 기둥뿌리가 썩는다.

그 국민이 그 국가를 사랑하지 않게 된다. 경제를 위해서 저 산을 파헤치고 저 강을 파서 운하를 놓겠다는 판에,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할아버지 산소라도 파헤치겠다는 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니겠는가?

가난한 시인을 경멸하고, 가난한 예술가를 경멸하고, 가난한 백수를 비난하고, 가난한 이웃을 돌아보지 않고, 힘없는 약자를 핍박하고, 서울시장이라는 자가 명품숭배에나 빠져 있고.. 슬픔이 치밀어 더 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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