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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화론

우주인 사업, 실패한 '쇼'

철학자 2008.04.21 09:52 조회 수 : 909

 "차라리 '쇼'라고 말하지 그랬니!"
[기자의눈] 우주인 사업, 실패한 '쇼'
2008-04-21 오전 8:49:51

 19일 이소연 씨가 무사히 열흘간의 '우주여행'에서 돌아왔다. 그는 열흘간 열여덟 가지나 되는 '과학 실험'을 했고,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다른 우주인과 함께 어울리며 비교적 성공적인 '우주 외교'를 해냈다. 많은 시민은 언론을 통해 이런 한국 첫 우주인의 모습을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우주인 사업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우주인 사업이 시작하자마자 '열광'과 '냉소'가 공존했다. 특히 이 우주인 사업을 반겨야 할 과학계에서 냉소가 많았던 것은 주목할 만하다. 많은 과학자들이 "전시행정의 표본", "260억 원짜리 여행 상품"이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그럴 만했다. 고작 수천만 원이 없어서 폐기될 위기에 처한 기초과학 연구 사업이 한두 개가 아니다. 심지어 한 기초과학 연구 사업은 전기료 450만 원을 내지 못해 실험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열흘간의 이벤트를 위해서 들이는 260억 원이 현장 과학자 입장에서는 낭비로 보이는 게 당연할 것이다.
  
  우주인 사업, 처음부터 '쇼'였다
  
  이렇게 열광과 냉소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애초 이 사업의 목적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사업은 처음부터 '쇼'였다.
  
  오명 과학기술부 전 장관이 지난 2004년 1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우주인 사업 추진을 보고할 때도 방점은 '이벤트'에 찍혀 있었다. 오 전 장관은 당시 "한국 사회의 과학기술 친화력을 높이고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최초의 우주인을 선발해 우주에 올려 보내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오 전 장관은 "우주인 선발 과정에서 지역 예선과 결선을 거치며 국민적 과학 '이벤트'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보고를 받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우주인 사업이 전시행정이라는 얘기를 들을 우려가 있다"며 유보를 지시했다. 이처럼 이 우주인 사업은 처음부터 국민의 눈길을 끌기 위한 쇼로 기획되었다.
  
  애초에 쇼로 기획된 사업이다 보니 추진 과정 역시 진지한 과학 사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단 총 예산 260억 원 중에서 80% 가량이 기업으로부터 나왔다. 정부 예산 6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은 서울방송(SBS)을 비롯한 다른 기업이 충당했다. 교육과학기술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이 전면에 나섰지만 시쳇말로 '얼굴마담' 역할을 했을 뿐이다.
  
  '쇼걸' 뽑아놓고 '실험'이라니…
  
▲지난 19일 이소연 씨가 열흘간의 우주여행에서 무사히 귀환했다. 귀환 당시 촬영 장면. ⓒSBS

  정부가 자랑하는 이소연 씨가 했다는 열여덟 가지 실험 역시 마찬가지다. 한 실험당 3000만 원 정도의 한정된 예산이 주어졌을 뿐이고, 그나마 후속 연구 지원 계획은 전무한 상태다. 아니 후속 연구 지원 계획이 필요가 없는 사업도 많았다. 기존에 진행되는 연구 사업 중에서 이소연 씨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준비할 수 있는 단발성 실험이 '동원'되었기 때문이다.
  
  한 현장 연구자는 "이소연 씨의 실험을 기획, 설계한 이들 중에도 우주 실험에 기대를 갖는 이들은 거의 없다"며 "수년간 엄청난 예산을 들여서 진행하는 사업의 아주 일부분을 이소연 씨에게 상징적으로 맡긴 것일 뿐인데 무슨 대단한 성과를 기대하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애초에 이 씨의 과학 실험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것.
  
  그는 "애초에 과학 실험을 수행할 적임자를 뽑는 것이었다면 일반인 중에서 우주인을 선발하는 이벤트를 왜 했느냐"고 반문했다. 이소연 씨는 일반인 신청자 중에서 여러 가지 심사를 거쳐 선발되었다. 신청자 중에는 과학자뿐만 아니라 경찰관을 비롯한 다양한 직업인이 있었다. 이소연 씨는 애초에 과학 실험의 적임자라기보다는, 국민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쇼걸'이었을 뿐이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처음 터뜨리는 '과학' 사업의 예산 260억 원에서 정작 '과학' 실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채 2%도 안 되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 애초에 쇼로 기획된 사업이다 보니, 쇼 외의 부차적인 것에 돈을 허비할 수 없음은 당연한 일이다.
  
  흥행도, 감동도 없었던 쇼
  
  그렇다면, 이번 우주인 사업은 전혀 다른 맥락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애초에 쇼로 기획된 것이었으니, 그 쇼가 성공했는지 여부로 성패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얼마나 많은 시민의 눈길을 끌고, 가슴을 흔들었는가? 더 나아가 '인간은 왜 우주로 가는가'와 같은 질문을 저마다 던지는 계기를 제공했는가?
  
  비교하기 민망하지만,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이 처음 달에 발을 디뎠을 때, 그 '무모한 쇼'는 대성공이었다. 암스트롱이 달에서 먼지를 날릴 때 전 세계인은 그의 발에 시선을 맞췄다. 그가 "한 인간에게는 작은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큰 도약이다"라고 말할 때, 전 세계인은 눈물을 흘렸다. 그 '쇼'는 "유사 이래 가장 감동적인 쇼"였다.
  
  그러나 정작 이 한국인 우주인 쇼로서 성공했는지는 미지수다. 상당한 투자를 한 SBS의 '올인(all-in)'에도, 다른 언론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열흘간 이소연 씨를 향한 시민의 관심은 뜨겁지 않았다. 감동은 더 더욱 없었다. 오죽하면 이번 우주인 사업의 최대 승자가 자사의 식품을 올려 보낸 오뚜기식품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겠는가?
  
  정부는 이 우주인 사업을 쇼라고 말하고, 제대로 쇼를 보여줬어야 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쇼라고 말하지 못하는 쇼를 치르고 허둥대는 꼴이다. 앞으로 이번 사업과 비교할 수 없는 우주 개발 사업이 줄지어 있다. 그 때도 쇼 같지 않은 쇼로 비판을 자초할 텐가?

강양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