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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화론

<우울할 때 마시는 술 `독약'이 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최근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사건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은 우울증과 자살의 함수관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개체가 바로 `술'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우울증과 음주, 자살의 역학관계는 비단 연예인 일부의 자살사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2일 보건복지가족부 지정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병원이 알코올의존증으로 입원한 여성환자 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환자의 30%(21명)가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는 평소 우울증세를 겪고 있었으며, 이 때문에 습관적으로 술을 마셨던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우울증 상태에서 알코올을 섭취할 경우 자칫 자제력의 약화나 슬픈 기분, 그리고 흥분감을 불러 일으켜 자살시도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한다.

   특히 여성은 남성에 비해 이 같은 위험도가 더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사랑병원 이종섭 원장은 "일반적으로 여성의 경우 월경 전, 출산 후, 폐경기 등 호르몬 변화를 겪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남성에 비해 우울증을 겪을 확률이 높다"며 "하지만 오히려 남성에 비해 우울감을 해소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여성들의 경우 음주가 오히려 감정의 상승작용을 심화시켜 자해 또는 자살시도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 우울증 환자의 음주, 왜 위험한가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국민은 2003년 39만5천457명에서 2007년 52만5천466명으로 5년 새 33%나 증가했다.

   이중 여성은 36만4천713명, 남성은 16만7천53명으로 여자 우울증 환자가 남자보다 2.3배 가량 더 많은 것으로 보고됐다.

   문제는 우울증과 함께 동반되는 대표적 질환이 `알코올 사용장애'인데 여성 우울증 환자가 일단 음주를 하게 되면 남성에 비해 쉽게 알코올 의존증에 이르게 된다는 점이다.

   학계에 따르면 알코올 관련 장애환자의 자살률은 10~15%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모든 자살자의 4분의 1이 자살 전 음주를 했다는 보고도 있다.

   이 원장은 "음주는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게 해 자제력을 떨어뜨리게 한다"며 "특히 알코올로 인한 정신적 문제와 우울증이 있는 경우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에 음주를 하게 되면 알코올이 우울증이나 다른 정신장애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살의 위험요인들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그 위험성을 지적했다.

   ◇ 여성 우울증 환자, 음주 피해야 하는 이유 = 생물학적으로 체내에서 세로토닌(serotonin)과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수치가 떨어지면 우울증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전문가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세로토닌 수치가 낮아 우울증에 잘 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출산과 폐경, 갱년기 증상을 겪으며 다양한 우울증 증세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 시기를 술로 해결하는 이른바 `키친드렁커'가 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키친드렁커는 부엌에서 술을 마시는 여성 알코올 중독자를 일컫는 신조어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 기본적으로 남성보다 체내 수분이 적고 알코올 흡수가 잘되는 지방이 많아 같은 양을 마셔도 상대적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게 나타난다.

   알코올을 처리하는 분해효소도 남성의 4분의 1에 불과해 쉽게 취하고 해독은 더디다. 여성호르몬 분비를 교란시켜 생리불순이나 무월경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우울증 환자에게 처방되는 항우울제가 알코올과 반응할 때 상승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우울증 환자가 복용하는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등은 복용 후 1시간 이내에 긴장이나 불안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알코올과 결합하면 감정을 흥분시켜 충동적인 행동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의해야 한다.

   문제는 여성들이 이 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음주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 때문에 치료의 기회를 놓치거나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원장은 "남성은 단순히 술을 즐기다 알코올에 빠지는 경우가 많지만, 여성은 자신을 둘러싼 부부문제나 시댁문제 등 생활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함 때문에 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소 본인은 물론 가족 등 주변사람들이 우울증 극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면서 "음주 대신에 주변사람들과 자주 어울리도록 노력하고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으로 신진대사를 활성화시켜주는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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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2008/11/02 08:0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