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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화론

Re: 불교철학 공부 하신 분!

최준혁 2000.03.01 19:08 조회 수 : 1527 추천:32

번호 #123 /189 날짜 1999년12월20일(월요일) 15:22:27
E-mail 이름 최준혁
제목 [Re]불교철학 공부 하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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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설명을 드리지요. 저는 전공자가 아닙니다.
우선 색즉시공, 공즉시색에서 공이란 현상계가 거짓이란 얘기가 아닙니다. 공은 유무중도이지요. 즉, 있지도 없지도 않은 중도를 공(비어있음)이라 부른다는 얘기입니다. 원래 이 용어는 무아 대신에 채택한 용어인데 뜻도 같습니다. 그때문에 무아란 말의 뜻을 알아야 합니다. 무아(anatman)을 현재 철학의 용어로 바꿔 말하면 비실체입니다. 변하지 않고 존재하는 것이 없다는 뜻이지요.
유무중도에 대해 이해하려면 붓다 이전의 철학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유(있음)란 붓다 이전의 아트만-브라흐만 설을 말합니다. 눈으로 보이는 세계는 가상이고 그 밑바탕에 변하지 않는 실체, 본질이 있다는 생각이지요. 그것이 우리의 영혼이고 또 세계의 본체라는 겁니다.
또 무(없음)란 전통적인 아트만설에 대항하여 인도의 자유 사상가들이 내세운 회의론, 유물론을 말합니다. 이들은 변하지 않는 실체, 본질이 없다는 것은 물론이고 인과관계까지 부정합니다. 당연히 도덕과 의미는 부정됩니다.
그래서 붓다는 이 두 가지 생각을 모두 극복합니다. 그것이 바로 유무중도의 생각입니다. 유무중도를 보장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연기(의존발생)입니다. 세계의 모든 것은 다른 것에 기대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지요. 세계의 어떤 것도 그 자체로 있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무아(비실체)입니다. 당연히 나도 그 자체로 있을 수 없고 다른 어떤 것에 의존하여 있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어떤 것을 인식하는 '나'는 홀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설명이 부족합니다. 유식론에 대해서 좀 설명하지요. 저도 사실은 잘 모르므로 따로 책을 찾아 보는 것이 더 좋을테지만 우선 글은 남깁니다.
유식에서 식이란 인식작용입니다. 내가 있어서 내가 어떤 것을 인식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식작용이 있어서 내가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건 이해하기가 어려울 텐데 스스로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내가 아무 것도 인식하지 않을 때 나 자신이 있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세계와 나는 인식작용의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이 해석이 옳은지 확신은 없습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 몇마디 더 남기자면 유식론은 불교의 한 분파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너무 유식의 입장을 불교의 전부로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불교철학을 서양철학에 의거하여 해석하는 일을 삼가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버클리와 유식을 비교하는 일 따위는 절대 삼가야 합니다. 제가 맛보기로 아는 바에 따르면 유식과 버클리의 생각은 크게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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