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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화론

양성사회--중앙일보에서 가져옴

Nico 2000.03.01 19:03 조회 수 : 1404 추천:42

번호 #112 /189 날짜 1999년12월12일(일요일) 19:0:43
E-mail 이름 Nico
제목 양성사회--중앙일보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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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2월 10일 중앙 일보 3면에 실린 글입니다. 글쓴 이는 연세 대학교 사회학과의 조한혜정 교수입니다.

턱시도를 입은 남자와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손을 잡고 춤추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런 음양의 조화가 깨지고 있다니 슬픈 일이라고 한사람이 말한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말한다. 모든 남자가 턱시도를 입어야 하고, 모든 여자가 드레스만 입어야 하는 사회는 얼마나 단조롭고 억압적인가.

양성적 사회의 사람들은 남성성과 여성성의 원리를 생물학적인 존재와 결부시켜 끌고 가는 것에 반대한다. 한 인간에게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모두 존재하기에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라는 슬로건은 억지라는 것이다.

울 때마다 아빠를 부르며 우는 아이가 있다. 그 아이의 아빠는 엄마보다 자상하고 부드러운 분이다. 20세기에는 ‘돈 잘 버는 남자’와 ‘아이 잘 기르는 여자’가 만나면 가장 이상적인 커플이라고도 했다. ‘돈 잘 버는 여자’와 ‘아이 잘 기르는 남자’가 되면 어떻게 될까. 양성적 사회에서는 그런 부부가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양성적 사회에서 그 음양의 조화가 우선 당사자 자신들에게 자연스러운 것이어야 한다.

남자든 여자든 모성적 역할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 자신이 택한 것에 몰두할 수 있는 사회, 양성적 사회는 그런 사회다. 남자인 지 여자인지 구분하기 힘든 스타일로 다니는 사람에게 대놓고 어느 쪽이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양성적 사회에서 그런 사람은 야만인이다. 이곳에서 위험인물은 모든 것을 음양 이분법으로 사고하는 사람, 특히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안가는 사람을 보면 저도 모르게 불안해지거나 불쾌해지는 사람이다.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남자 진행지가 키가 큰 여성 진행자를 올려다보면서 사이좋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여자가 남자보다 성적으로 적극적인 경우도 자주 접하게 되고, 자신이 호모섹슈얼 (동성애자)이라거나 바이섹슈얼 (양성애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흑백의 빛깔로만 보는 데 익숙해져 버린 사람들에게 이런 현상은 불안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양성적 사람들에게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기존 성역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친밀성을 표현하는 방법들이 달라지는 가운데 새롭게 열리고 있는 ‘제 3의 공간’을 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남자와 여자를 돈벌이꾼과 살림꾼으로 엄격하게 묶어두다가 급기야 성적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남자들은 비아그라를 복용해야 하고 여자들은 황혼이혼을 요구하게 되는 상황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유연성과 추진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모두 개발시킨 사람이 적응력이 높으며, 또 그것을 허용하는 사회가 발전 가능성이 크다. ‘아버지의 질서’와 ‘어머니의 질서’가 평등하게 공존하는 양성적 사회에서 개인은 더 개성적이고 창의적일 여지를 갖게 된다. 그런 양성적 사회의 빛깔은 흑백이 아니라 무지개색이다. 한국 사회는 지금 컬러시대로 들어서고 있는가. 글쎄다. 단일성 시대의 상징인 호주제가 버티고 있는 한 어렵지 않은가.
조한혜정(연세대 교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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