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철학과 문화론

세계 속의 삶 망각

철학자 2009.03.30 10:59 조회 수 : 8065

세상에는 잊어서는 안 되는 일과 잊어도 좋은 일, 그리고 잊을수록 좋은 일이 있다. 어떤 일이 각 부류에 해당될지는 알아서 판단할 수 있어야 하겠다. 그러나 가령 광주 시민이 광주학살을 잊어도 좋을까? 잊을수록 좋을까? 아니,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이를테면 가문의 원수요 대대로 복수해야 할 일 아니겠는가? 그러나 과거를 상기시키는 일이 꼭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건 아니다. 상기하기 거부하는 부류가 있을 테고, 상기 자체가 무의미한 부류가 있을 것이다. 후자는 가령 상기로 인한 각성 효과가 전혀 먹혀들지 않는 부류다. 예컨대 조선일보. 상기란 쪽팔림을 아는 자에게 각성 효과를 불러 일으킨다. 또는 최소한의 일관성을 삶에서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자에게 유의미하다. 언어와 논리는 일종의 약속인데, 약속은 항상 약속이 지켜질 수 있는 물적 기반을 전제한다. 들뢰즈 철학의 주요 메시지 중 하나도 그것이다. 말이 통하기 위해서는 물질적  토대가 구비되어야 한다는 점. 따라서 약속이 통하지 않는 물적 기반 아래서는 약속을 상기하는 것으로, 또는 배신을 상기하는 것으로, 요컨태 말로, 뭔가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람들이 아직도 조선일보를 언론의 일종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또는 언론으로 간주하면서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 한심하다. 물론 조선일보의 본질을 모르는 사람에게 계몽 효과는 야기할 수 있겠지만, 비판의 핵심에서는 비켜가는 셈이다. 어제 말 다르고 오늘 말 다른데, 모든 것을 아전인수 견강부회로 '일관'하는데,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이럴 때 유일하게 필요한 게 뭔지는 다들 알고 있으리라.
이럴 때는 자기 아이에게 물려주고픈 미래가 어때야 할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단, 자신의 행동이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분명 일정한 기여를 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좋은 쪽으로건 나쁜 쪽으로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고문살인의 전말 (김동렬 펌) [5] 철학자 2009.05.24 254963
공지 애도 노무현 [3] 철학자 2009.05.23 287970
공지 He will and should and must be back [5] 철학자 2009.04.18 261353
공지 그 때는 우리가 참 강했다 철학자 2008.02.22 276849
314 글 읽기의 중요성 (최시한) 철학자 2009.05.10 10620
313 나랑은 상관없는 일? 철학자 2009.04.27 8242
312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러나 너무나 위험한 그 이름 (김진석, 니체) 서평 [1] 철학자 2009.04.27 12622
» 망각 [1] 철학자 2009.03.30 8065
310 “학자들 보편적 지성에서 멀어져 … 민주주의 완성엔 懷疑的” (교수신문 펌) 철학자 2009.03.11 8566
309 라캉의 수학 (펌) 철학자 2009.02.06 9416
308 변희재는 서울대 미학과에서 어떤 존재였나요? [3] 똥희재 2009.01.31 12326
307 윈도7 사용 철학자 2009.01.11 9610
306 말이 통하는 시대 철학자 2008.10.24 8963
305 논쟁하나 - 홍준기 vs. 진태원 [2] 철학자 2008.10.22 16040
304 힘을 가리키는 낱말들 [2] 철학자 2008.10.16 8539
303 새 길 뚫으면 길막힘 줄어든다? [3] 철학자 2008.09.18 8996
302 영어 to의 어원 철학자 2008.08.28 24192
301 계몽주의적 태도와의 몌별(袂別) 철학자 2008.07.31 11546
300 正名 철학자 2008.07.10 10651
299 언론, 프랑스 68혁명, 직접 간접 민주주의로 본 쇠고기 파동 - 기말과제 답안 [2] 철학자 2008.06.30 11471
298 책임져야 할 일 철학자 2008.06.26 10338
297 비관주의와 낙관주의 철학자 2008.06.24 1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