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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화론

http://www.hani.co.kr/section-009100003/2004/07/009100003200407021805266.html소외 이겨낸 소내, 초월에 맞선 포월 / 편집 2004.07.02(금) 18:05


그 속에 상생의 글쓰기 담겨
첫 문학평론집 '소외에서 소내로' 낸 김진석씨

철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진석(인하대 철학과 교수)씨가 첫 문학평론집 <소외에서 소내로>(개마고원)를 내놓았다.

철학을 공부하면서 시쓰기도 함께 했던 김씨가 평론을 쓰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초 계간 <문학과 사회>의 편집동인으로 활동하면서부터였다. 프랑스에서 현대철학을 전공하고 돌아온 그는 <탈형이상학과 탈변증법> <초월에서 포월로>와 같은 철학서와 최근에는 <폭력과 싸우고 근본주의와도 싸우기>라는 사회비평집도 냈지만, 문학평론을 책으로 묶기는 처음이다.

소외 아픔 껴안고 가는 힘이 소내
현실 부대끼며 기어넘자는 포월

그런데 ‘소내(疎內)’라는 개념이 낯설다.

“소내는 소외의 부정적·비극적 의미에 맞세우고자 제가 고안한 개념입니다. 소외의 슬픔과 아픔에 대해 투정만 하지 말고, 제 안의 상처를 껴안고 가되 거기서 나름의 힘과 긍정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를 담았어요. 그래서 ‘소외된다’가 아니라 ‘소내한다’입니다.”

그가 ‘소내’의 개념을 처음 쓴 것은 각각 1995년에 발표한 김기택 시론과 박경리 <토지>론에서다. 김기택씨의 시집 <바늘구멍 속의 폭풍>을 다룬 평문 <소내하는 힘>에서 소내의 사례는 가령 공단역의 소음을 뚫고 들려오는 병아리들의 연약한 울음에서 찾아진다. 병아리들의 울음은 “소음의 폭력을 살짝 들어, 들었다가 놓을 뿐이다. 이 살짝 들어, 들었다 놓는 일은, 동작의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의연하다. 소내함의 특징이다.” <토지>를 가리켜 대하소설이 아닌 다하(多河)소설이라 일컫는 데에서도 김씨 특유의 ‘소내의 문학론’은 발휘된다.

“‘대하’란 목적론과 중심지향의 냄새를 풍깁니다. 그에 비해 ‘다하’는 여러 갈래로 퍼진 가지들의 실존과 그 복잡성을 긍정하자는 취지이죠. <토지>의 주인공은 최서희 한 사람이 아니라 수많은 등장인물들 모두라는 뜻입니다.”

김씨가 만들어낸 또 다른 유명한 개념이 ‘포월(匍越)’이다. ‘기어 넘는다’로 풀이될 이 신조어는 ‘초월’에 대응된다. 초월에서처럼 어떤 목표지점을 향해 현실을 훌쩍 뛰어넘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그 현실에 몸을 부비면서, 현실을 껴안고 넘어가자는 것이다.

신조어 쓰기 보람있는 만큼 부담
당분간은 문화권력과 싸울 작정

“포월과 소내는 서로 상생하는 개념입니다. 기어가는 자는 소내하면서 넘어가는 거죠. 신조어를 만들어 쓰는 일은 보람있는 만큼 부담스럽기도 해요. 그러나 ‘한국적 글쓰기’에 관한 논의는 분분해도 실질적인 성과는 없는 상황에서, 이런 우리 나름의 개념들이 우선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라도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80년대 말에 귀국한 이후 해체론의 도입과 전파에 주력하던 그는 이제 “단순히 텍스트적으로 혹은 과도하게 텍스트적으로만 해체하는 해체주의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의 관심은 텍스트에서 현실로 크게 옮겨왔다. 최근 몇 년 새 ‘문학권력’을 둘러싼 논쟁과 현실 정치에 관한 논의에 적극 개입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기왕 싸우기로 작정했으니까 당분간은 사회적인 싸움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실컷 싸웠다 싶으면 다시 텍스트로 돌아가겠죠.”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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