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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화론

예술과 문화 '디지털 시대의 문화 예술' 서평

김재인 2002.02.02 15:02 조회 수 : 9973 추천:351

서  평 (최혜실 엮음, <디지털 시대의 문화 예술>(문학과지성사, 1999)
출판저널 1999년 6월 5일자 수록.


전문가 위치에서 디지털 문화예술 다뤄.
산업정책과 투자방향 설정의 기초자료.



  문명사적 대변혁이 진행되고 있다. 그 중심에 컴퓨터, 멀티미디어, 인터넷, 디지털, 사이버 등 새로운 이름들이 있다. 이 이름들은 아직 자신의 정체를 충분히 드러내지 않고 있기에 탈처럼 보인다. 저 탈을 벗기면 어떤 얼굴이 있을까? 추측이 난무한다.

  물론 이 변혁의 의미와 전망을 얘기한 사람들이 적지는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논의에는 '전체에 대한 통찰'이 빠져 있다. 전체 방향을 모르기 때문에 논의가 지엽적인 추측에서 끝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누가 전체를 얘기할 수 있는가? 르네상스 시대라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 같은 사람에게 그 일을 맡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대의 레오나르도는 한 개인이 아니라 다양한 전문가 개인들이 모인 실험실을 지칭한다.

  『디지털 시대의 문화 예술』은 디지털 과학 기술과 문화 예술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카이스트(KAIST) 학자들의 연구 작업의 일차적인 성과이다. 필자들은 전산학, 산업 공학, 인문 사회학, 산업 디자인, 음악 등 여러 분야의 전공자로, MIT의 미디어 실험실(Media Lab)을 한국에서 실현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서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필자가 아는 한에서 과학자들이 중심에 있으면서 제반 문화 연구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연구로는 한국 최초인 듯 싶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디지털 문화의 키워드를 '전문가'의 위치에서 설명하면서 논의를 시작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디지털 문화 연구가 전문적인 내용을 간접 인용하면서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는 한계를 가지는 것과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디지털'이라는 말을 추측이나 짐작의 수준이 아니라 과학적 기술적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이 가진 함의를 스스로 발굴해낼 수 있게 된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디지털 문화 예술(culture technology)'의 연구 방향에 관한 지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원광연 교수는 다년간의 실전 연구를 통해서 실용적 접근, 이론적 접근, 공학적 접근, 인문 사회학적 접근이라는 네 가지 기본 접근 방향과 시각 예술 및 시각 기술, 컴퓨터 음악 및 공연 예술, 디지털 미디어, 사이버 문화라는 네 가지 분야를 제시한 후 그 방향과 분야를 조합해서 대략 28가지 세부 분야를 제시하고 있다. 이런 지도 그리기 작업은 수정의 여지를 안고 있기는 해도 연구의 출발점으로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닐 뿐만 아니라, 산업 정책 수립과 미래 투자 방향 선택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요컨대 이 책은 과학 기술적 기본 개념의 이해에서 시작해서 디지털 문화 예술 연구의 주제와 방법을 제안하고 연구와 산업적 응용의 결합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관된 주제를 연구하기 위한 기본 텍스트로 자리 매김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새로운 미디어를 예술의 각 분과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기존의 논의들로부터 많이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 책 전반에 걸쳐 철학적인 통찰이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이 책이 디지털 문화 예술 연구에 중요한 출발점을 마련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런 아쉬움은 다음 번 연구 성과 속에서 충분히 해소되리라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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