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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화론

 '영원회귀'에 관해 다루고 있는 핵심 대목입니다.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희생>에서도 언급되었던 유명한 장면이지요. 예전에 번역해두었던 것을 올립니다. 많은 음미 바랍니다.

  Also Sprach Zarathustra III “Vom Gesichte und Räthsel” 중에서


     2.

  “멈춰라! 난장이야!” 나는 말했다. “나 아니면 너다! 하지만 우리 둘 중에 더 강한 자는 나다 -: 너는 나의 심연의 사상을 알지 못한다! 그것을 - 너는 견딜 수 없다!” -

  그 때 나를 가볍게 해주는 일이 일어났다: 난장이가 내 어깨에서 뛰어내린 것이다, 그 호기심 많은 자가! 그리고 그는 내 앞에 있는 돌 위에 쪼그려 앉았다. 그런데 우리가 멈춘 바로 그곳에 하나의 출입문(Thorweg)이 있었다.

  “난장이야! 이 출입문을 보아라!”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이것은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여기에 두 개의 길이 함께 온다. 아무도 아직 그 끝까지 가지 않았다.

  뒤쪽의 이 긴 오솔길, 이것은 하나의 영원과 이어져 있다. 그리고 앞쪽의 저 긴 오솔길, 이것은 또 하나의 영원이다.

  이 두 길은 서로 모순된다. 이 두 길은 서로 머리를 맞부딪치고 있다. - 그리고 여기 이 길은 그 둘이 서로 만나는 곳이다. 위에 그 출입문의 이름이 씌어 있다. “순간”이라고.

  그러나 그 두 길 중의 하나를 더 계속해서 가면 - 그리고 더 계속해서 더 멀리 가면, 난장이야 너는 이 길들이 영원히 모순되리라고 믿느냐?” -

  “모든 직선은 거짓말을 한다.” 난장이가 경멸조로 중얼거렸다. “모든 진리는 굽어 있다(krumm). 시간 자신도 하나의 원(Kreis)이다.”

  “무거움의 정신아!” 나는 화가 나서 말했다. “그것을 너무 가볍게 여기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를 지금 쪼그려 앉아 있는 곳에 계속 쪼그려 앉아 있게 내버려 두겠다, 이 절름발이야. - 내가 너를 높게 데려왔단 말이다!”

  “보아라 이 순간을!” 나는 계속 말했다. “이 순간이라는 출입문으로부터 하나의 길고 영원한 오솔길이 뒤쪽으로 달려간다. 우리 뒤에는 하나의 영원이 놓여 있다.

  모든 것 중에서 달릴 수 있는 모든 것은 이미 한 번은 이 오솔길을 달렸음에 틀림없지 않을까? 모든 것 중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은 이미 한 번은 일어나고 행해지고 지나가버렸음에(voruebergelaufen) 틀림없지 않을까?

  그리고 모든 것이 이미 있었다면, 너 난장이여 이 순간을 어떻게 보느냐? 이 출입문도 이미 있었음에 틀림없지 않을까?

  그리고 모든 것은 이 순간이 앞으로 올 모든 것을 자신에게 끌어당길 그런 방식으로 단단히 매듭지어져(verknotet sind)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 - 자기 자신까지도 끌어당기도록!

  왜냐하면 모든 것들 중에서 달릴 수 있는 것은 또한 이 긴 오솔길에서 앞쪽으로 - 아직 달려야만 하니까! -

  그리고 달빛 속을 느릿느릿 기어다니는 이 거미, 그리고 이 달빛 자체, 그리고 영원한 것에 대해 속삭이는, 함께 속삭이는 출입문의 나와 너 - 우리 모두는 이미 있었던 것이 아닐까?

  - 그리고 다시 오고 저 다른 오솔길을 달리고, 앞쪽의, 우리 앞에 있는 이 소름끼치는 긴 오솔길에 - 우리는 영원히 다시 와야만 하지 않을까? -”

  이렇게 나는 말했다. 그러나 목소리는 점점 더 나즈막해졌다. 내 자신의 사상과 배후 사상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때 갑자기 가까이에서 개가 울부짖는 것을 들었다.

  내가 개가 이렇게 울부짖는 것을 들은 적이 있던가? 내 생각은 뒤로 달려갔다. 그래! 내가 아이였을 때, 머나먼 아잇적에:

  - 그 때 나는 개가 그렇게 울부짖는 것을 들었다. 또 나는 개들도 유령을 믿는 가장 고요한 한밤중에, 털을 곤두세우고 머리를 치켜들고 떨고 있는 것을 보았다:

  - 그래서 나는 연민을 느꼈다. 바로 그 때 죽음처럼 조용하게 만월이 떠올랐던 것이다. 둥글게 불타는 만월은 고요하게 서 있었다. 마치 남의 소유지에 있기라도 하듯 판판한 지붕 위에 고요히.

  그래서 그 개는 겁먹었던 것이다. 개들은 도둑과 유령을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그렇게 울부짖는 소리를 듣자, 나는 다시금 연민을 느꼈다.

  지금 난장이는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출입문은? 그리고 거미는? 그리고 모든 속삭임은? 도대체 내가 꿈을 꾸었던 것일까? 나는 깨어났는가? 나는 험한 절벽 사이에 홀연히(mit Einem Male) 서 있었다. 홀로, 황량하게, 가장 적막한 달빛 속에서.

  그런데 거기에 한 인간이 누워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개가 날뛰면서 털을 곤두세우고 낑낑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다가오는 것을 보자 놈은 다시 울부짖고 비명을 질렀다. 내가 일찍이 개가 그렇게 도움을 청하면서 비명을 지르는 것을 들은 적이 있던가?

  그리고 실로 내가 본 것과 같은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젊은 목자 한 사람을 보았다. 그는 몸을 비틀고 캑캑거리고 헐떡거리고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고, 그의 입에는 검고 무거운 뱀이 걸려 있었다.

  내가 하나의 얼굴에서 이렇게 많은 역겨움과 창백한 공포를 본 적이 있던가? 그는 잠을 자고 있었겠지? 그 때 뱀이 그의 목구멍 속으로 기어 들어가 꽉 물어버린 것이다.

  내 손은 뱀을 잡아당기고 잡아당겼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내 손은 목구멍에서 뱀을 잡아당겨 빼내지 못했다. 그 때 나로부터 외침이 터져 나왔다. “물어뜯어라! 물어뜯어라!

  머리를 물어 떼내라! 물어뜯어라!” - 나로부터 이런 외침이 터져 나왔다. 나의 공포, 나의 증오, 나의 역겨움, 나의 연민, 내 모든 좋고 나쁨이 하나의 외침으로 나로부터 비명을 질렀다. -

   내 주위의 너희 대담한 자들이여! 너희 탐색자, 실험자여! 그리고 너희들 중에서 교묘한 돛을 달고서 탐색된 적이 없는 바다를 향해 항해한 자들이여! 너희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자들이여!

  자 그 때 내가 보았던 수수께끼를 풀어다오. 자 가장 고독한 자의 환영(Gesicht)을 해석해다오!

  그것은 하나의 환영이었으며 예견이었으니 말이다. - 내가 그 때 비유로 보았던 것은 무엇인가? 언젠가 와야만 하는 그 자는 누구인가?

  뱀에 목구멍을 물린 그 목자는 누구인가? 그 모든 가장 검고 가장 무거운 것이 목구멍 속으로 기어들어가게 될 그 인간은 누구인가?

  - 그 목자는 그러나 내 외침이 권고한 대로 물어뜯었다. 잘 물어뜯었다! 그는 뱀의 머리를 멀리 뱉어내고는 벌떡 일어났다.

  더 이상 목자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자, 변신한 자, 빛에 둘러싸인 자, 그가 웃었다! 지상에서 그가 웃는 것처럼 웃은 인간은 아직 없었다!

  오 나의 형제들이여, 나는 인간의 웃음이 아닌 웃음을 들었다. - - 그리고 이제 하나의 갈증이, 결코 가라앉지 않을 하나의 동경이 나를 갉아먹고 있다.

  이 웃음에 대한 나의 동경이 나를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오 아직 내가 사는 것을 어찌 견디리오! 또한 내가 지금 죽는 것을 어떻게 견디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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