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갔구려.
얼마나 심약했으면 그런 선택을...
그러나 단지 심약함은 아닐 테고, 차라리 바보 같은 순수함이라 하겠소.
쉬이 잊혀질까 두렵소.
얼마나 심약했으면 그런 선택을...
그러나 단지 심약함은 아닐 테고, 차라리 바보 같은 순수함이라 하겠소.
쉬이 잊혀질까 두렵소.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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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곶
2009.05.24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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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2009.05.24 10:24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
철학자
2009.05.24 16:35
목요일 낮에 내리는 비를 뒤로 하며 택시 안에서 라디오로 듣던 산울림의 노래가, 오늘 서울 상공을 지나간 빗줄기와 함께 생각난다.
남쪽에서 비가 올라와 잠시 서울을 적시고 위로 위로 가는구나.
그대 떠나는 날에 비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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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많이 마셨습니다. 잠이 안 와 콜택시 불러 피씨방 들린 길입니다. 저는 스승에게 아직 갈치(참치)는 물론이거니, 한라봉 낱개조차 부친 일 없습니다. 제 자신이 안타까워 견딜 수 없는 나날이기에 그렇다고 변명할 따름입니다. 스승의 스승이신, 질 들뢰즈의 유언을 남기고 또 한동안 사라지겠습니다. 머잖아 뱃일 나갈 것 같습니다. 그날이 오면 제대로 스승의 안녕이라도 기쁘게 전하고 싶습니다. (이따위 친절하지 못한 번역 문서를 올린다는 것이 스승에게 해가 될까 두려울 뿐입니다.)
어떤 쓸모없는 자, 모두가 경멸하는 못된 자가 지금 죽어가고 있다. 이 인물을 돌보는 자들은 바지런하게 정중하게 애정을 담아 그를 진심으로 대한다. 모두가 그를 구하고자 열심히 매달림으로써 혼수상태에서 그는 노곤한 달콤함에 까닭없이 전율한다. 삶으로의 필사적 회귀, 하지만 그가 점차 호흡을 회복함에 따라, 반대로 그의 은인들은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부터 시작하여 이윽고 냉담에 이르게 된다. 그는 자신의 난폭함, 곧 삶에의 욕망, 나아가 근성의 악함을 회복하여 과거의 영욕을 다시 한 번 실천하고자 한다. 그만의 삶과 죽음의 틈새에 어떤 인생이 최후의 도박을 펼치려 하고 있다. 끝내 개인의 삶은 비인칭의 인생에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그것은 비인칭적 사태이나, 그밖에 없는 독자적 사태이고, 내-외부적 인생의 갖가지 우발적인 일들로부터 해방된 순수한 사건을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그는 죽었고, 그는 승리했다.
-들뢰즈; 유동의 철학, 우노 구니이치, 이정우-김동선 옮김, 그린비, 2008. 를 빌려, Gilles Deleuze- "L'Immanence: une vie...", philosophie n' 47, minuit,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