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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화론

* 시골 생활과 학술 연구

 

2년 전 시골로 이사했을 때 기대했던 것 중 하나는 좀 방해받지 않고 연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서울에 있을 때는 인지상정으로 이런저런 강의와 발표를 감당해야 했는데, 그게 리듬을 깨는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시골 살면 최소한 그런 것들에서는 놓여난다.

 

그런데 새로운 연구를 착수하게 되면 혼자서 그걸 다 끌어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보통은 모임을 구성해서 (보통은 강의를 매개로 한다) 외적 강제를 부여하는 방법을 쓰곤 했다. 서울에서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닌데, 시골에서는 이게 매우 어렵다. 주변에 함께 연구를 진행할 학자가 없다. (지방에 있는 연구자들은 대부분 겪는 일이 아닐까 짐작한다.) 서울에 가야 사람을 모으는데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이동 거리와 시간, 그리고 왔다갔다 하는 수고도 만만치 않은데, 이건 고스란히 증발되는 부분이며, 연구와는 거의 상관 없다.

 

최근에 들뢰즈의 <영화> 연작을 연구하기 시작했는데(그 동안은 마음만 먹다가 실행에 옮기게 된 것이다), 서울에 살았다면 대학이나 시민학교에 강좌를 마련해 함께 읽어 가면 진도가 잘 나갔겠지만, 당연히 여의치 않다. 더욱이 봄학기 개학을 하면 수요일과 금요일 두 강좌를 맡았기에 이틀은 고스란히 '상경-강의-귀가'에 바쳐지고 피로도 누적되어 보통 셋째 달 정도 되면 체력이 바닥나고 병에 시달린다. 몇 학기 해 봤지만 두 개를 넘기면 초죽음이 되어 이번 학기에는 아예 다른 강좌를 접기로 한 상태다.

 

다른 학술 활동에도 난관이 있다. 거의 서울 중앙집중적으로 열리는 학술대회, 세미나, 심포지엄 등에는 거의 참석하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 행사의 꽃인 뒷풀이 담소를 나누다 보면 반드시 1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곳 홍성은 아예 시골이라 해 지면 교통편은 없다고 보면 된다. 지방 대도시와도 사뭇 여건이 다르다.

 

이런 문제들로 해서 고민이 많이 된다. 교류 없는 학술 연구라는 것도 무의미하고. 서울이라는 괴물 도시가 이런 방식으로 학술을 장악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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