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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화론

내가 지난 번에 올린 '니체와 의지'라는 글을 꼼꼼히 읽어 보셨는가!

지금 간략하게 언급하고픈 것은 '힘에의 의지'라는 번역어이다. 이 말은 '에의'라는 부분이 특히 일본어스럽고 어색해서 내가 애써 피하는 표현인데, 어쨌건 '의지가 힘을 추구하거나 지향한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보면 되겠다. 어쨌거나 문제는 니체가 과연 그런 의도로 Wille zur Macht라는 말을 썼겠느냐 하는 점이다. 이 점을 밝힐 수 있는 단서가 내가 저번에 올린 글에 잘 나타나 있다. <선악을 넘어서>의 36절 후반부를 보자. 원문과 '책세상'(김정현 옮김)판의 번역을 일단 소개한다.

해당 구절은 이러하다: "“Wille” kann natürlich nur auf “Wille” wirken—und nicht auf “Stoffe” (nicht auf “Nerven” zum Beispiel—): genug, man muss die Hypothese wagen, ob nicht überall, wo “Wirkungen” anerkannt werden, Wille auf Wille wirkt—und ob nicht alles mechanische Geschehen, insofern eine Kraft darin thätig wird, eben Willenskraft, Willens-Wirkung ist.—  Gesetzt endlich, dass es gelänge, unser gesammtes Triebleben als die Ausgestaltung und Verzweigung Einer Grundform des Willens zu erklären—nämlich des Willens zur Macht, wie es in mein Satz ist—; gesetzt, dass man alle organischen Funktionen auf diesen Willen zur Macht zurückführen könnte und in ihm auch die Lösung des Problems der Zeugung und Ernährung—es ist Ein Problem—fände, so hätte man damit sich das Recht verschafft, alle wirkende Kraft eindeutig zu bestimmen als: Wille zur Macht." 이 부분을 책세상 니체전집 편집위원의 한 사람인 김정현은 이렇게 옮기고 있다. "'의지'는 물론 '의지'에 대해서만 작용할 수 있다.-- '물질'에는 작용할 수 없다(예를 들자면 '신경'에는 작용할 수 없다--): 과감하게 '작용'이 인정되는 곳에서는 어디에서나 의지가 의지에 대해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그리하여 마침내 우리의 총체적인 충동의 생을 한 의지의 근본 형태가--즉 나의 명제에 따르면, 힘에의 의지가--형성되고 분화된 것으로 설명하게 된다면, 또 우리가 유기적 기능을 모두 이러한 힘에의 의지로 환원할 수 있고, 그 힘에의 의지 안에서 생식과 영양 섭취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이것은 하나의 문제이다--찾아낸다면, 작용하는 모든 힘을 명백하게 힘에의 의지로 규정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요점이 되는 부분을 추리면, 제일 마지막 대목으로, "alle wirkende Kraft eindeutig zu bestimmen als: Wille zur Macht"와 그 번역인 "작용하는 모든 힘을 명백하게 힘에의 의지로 규정"한다는 것이 되겠다. 쉽게 말해 '작용하는 모든 힘'은 '힘에의 의지'라는 이야기인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왜냐하면 작용하는 모든 힘이 힘을 추구하는 의지라니? 힘이 힘을 추구할 까닭이 없지 않은가? 이는 Kraft와 Macht를 똑같이 '힘'으로 번역한 데서, 나아가 Wille zur Macht를 이상하게도 '힘에의 의지'라고 번역한 데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니체가 말하려는 바는, 모든 힘은 그것이 작용하는 한, 어떤 결과를 효력으로서 생겨나게 하는 한, Wille zur Macht라고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Wille zur Macht를 '힘의 의지'라고 옮기는 것도 옳지 않다. '힘의 의지'에서 '힘'은 마치 주체인 양 묘사된다. 그러나 '힘이 의지를 지니고 있다'는 해석도 뭔가 이상하다. 니체는 거듭 '의지는 의지에만 작용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힘의 의지'라는 말 속의 '힘'과 '모든 작용하는 힘'이라는 표현의 '힘'은 전혀 다른 뜻을 갖고 있다. 앞의 힘(Macht)은 뭔가를 할 수 있는 힘, 즉 잠재력 또는 역량에 가까우며 후자의 힘(Kraft)은 가장 넓은 의미에서 '작용을 가해 결과나 효과를 낳는다'는 뜻을 갖고 있다. 차라리 zur Macht를 etwas machende('뭔가를 만들어내는')로 이해하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Wille zur Macht는 der etwas machende Wille가 되는 것이다. 그럼 어떤 번역어가 타당한가? 여기에 답하긴 어렵다. 다만 '힘에의 의지'이건 '힘의 의지'이건 부적절하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어지는 문장에서 세계는 Wille zur Macht이며 그밖의 무엇도 아니라고 말할 때 뜻하는 내용도, 세계는 '모든 작용하는 힘'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말이다. 소위 '힘에의 의지'는 힘을 지향하지 않는다! 따라서 '힘에의 의지'라는 번역어는 완전한 오역이다. Wille zur Macht는 힘을 추구하지도 지향하지도 않는다. '의지'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 말은 지향성과는 무관하다. 니체를 이해하려면 바로 이 '지향성과 무관한 의지'를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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