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book. May 18, 2014.
과연 대한민국의 현 상태에 대한 원인과 책임이 어디에 있을까? 나는 식자층이 스스로에게 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어떻게 지칭하는 것이 적합한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식자층이라 해 두자. 교수, 언론인, 학자, 언론과 출판을 통해 자기 목소리를 낼 정도의 위력을 지닌 명망가를 아우르면 될 것이다).
분명히 느끼는 점 중의 하나는, 논문이 되었건 에세이 형식의 기고문(신문, 잡지, 인터넷매체, 블로그 등)이 되었건, 80-90년대에 볼 수 있었던, 심금을 울리는 글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학계를 중심으로 보자면, 학술논문은 이미 등재학술지의 요구와 기준에 순응하는 형식과 내용으로 자기검열 또는 상호검열(이른바 '피어리뷰'라는 이름으로) 되고 있으며, 영역 밖의 독자는 접근하기 어려운 장벽 안에 갇혀버린 지 오래이다. 현실과 체험에서 출발해서 자기 생각을 담은 글을 쓰지도, 쓰려 하지도 않게 된 것도 벌써 오래이다. 주요 문예지들도 일종의 편가르기인지 뭔지 동종교배에 가깝께 필진을 고르고, 일간지는 더 벌써부터 그러했다.
통쾌한 글, 아픈 글, 정직한 글이 너무 드물다. 취직에, 평가에, 자리에, 승진에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사라지고 있는 좋은 글. 학자들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현실과 격리된 학자는 수도원의 수도사보다 비겁하다. 가르칠 자격이 없는 월급쟁이. 수도사에게 있었던 열정과 헌신마저도 없는, 최소한의 학자적 책임도 자각하지 못하는, 뇌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