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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화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모두를 위한 책이자 아무도 위하지 않는 책 (1883-1885)

프리드리히 니체 / 김재인 옮김

  
제1부



차라투스트라의 서설



     1.

  차라투스트라가 서른이 되었을 때 그는 자기 고향과 고향 호수를 버리고 산으로 갔다. 여기에서 그는 자신의 정신과 자신의 고독을 즐겼고 그 십 년간 지치지 않았다. 그러나 마침내 그의 마음이 변했으니 ― 어느 날 아침 그는 아침놀과 함께 일어나서 태양 앞으로 걸어 나가서 태양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 커다란 별이여! 너에게 네가 비춰주는 것들이 없었다면 너의 행복이란 무엇이겠는가!

  십 년을 너는 여기 내 동굴로 왔다. 하지만 나, 나의 독수리와 나의 뱀이 없었다면 너는 너의 빛과 이 길에 싫증이 났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매일 아침 너를 기다려 너로부터 너의 넘쳐흐름을 빼앗았고 그래서 너를 축복했다.

  보아라! 나는 흡사 꿀을 너무 많이 모은 벌처럼 나의 지혜에 싫증이 났으니, 나는 나에게 뻗치는 손들이 필요하다.

  나는 선사하고 나눠주고 싶구나. 인간들 중에서 현명한 자들이 다시 한번 자신의 어리석음을 기뻐하고 가난한 자들이 다시 한번 자신의 부유함을 기뻐하게 될 때까지.

  그러기 위해 나는 깊은 곳으로 내려가야만 한다. 이건 마치 네가 저녁에 하는 짓과도 같은데, 그 때 너는 바다 뒤로 가서 여전히 아래 세계에 빛을 가져다주지 않는가, 너 넘칠 듯 부유한 별이여!

  나는 너처럼 아래로 내려가야 (untergehen)만 한다. 내가 가고자 하는 아래쪽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나를 축복해다오, 질투 없이 지극히 큰 행복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너 고요한 눈이여!

  넘쳐흐르고자 하는 잔을 축복해다오, 이 잔에서 황금 빛 물이 흘러나와 도처로 너의 환희의 반사광을 나르게 될 터이니!

  보아라! 이 잔은 다시 비고자 하고 차라투스트라는 다시 인간이 되고자 한다.

  ― 이렇게 차라투스트라의 내려옴(Untergang)은 시작되었다.



     2.

  차라투스트라는 홀로 산 아래로 내려갔고 아무도 그와 마주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숲으로 들어왔을 때 갑자기 한 백발 노인이 그 앞에 나타났다. 숲 속에서 뿌리를 구하려고 자신의 성스러운 오두막을 버리고 나온 노인이었다. 그리고 그 노인은 차라투스트라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나그네는 내게 낯설지 않구나. 여러 해 전에 그는 여기를 지나갔다. 차라투스트라가 그의 이름이었지. 하지만 모습이 달라졌구나.

  당시에 자네는 자네의 재를 산으로 날라 갔다. 오늘 자네는 자네의 불을 골짜기로 날라 가려고 하는가? 자네는 방화범의 형벌이 두렵지 않은가?

  그래, 차라투스트라가 맞는구나. 그의 눈은 순수하고 그의 입에는 어떤 역겨움도 숨어 있지 않다. 그런 까닭에 그는 춤추는 사람처럼 걷고 있지 않은가?

  변했구나 차라투스트라는. 차라투스트라는 아이가 되었구나. 차라투스트라는 깨어난 자이다. 이제 자네는 잠든 자들 곁에서 무엇을 하려 하는가?

  자네는 바다 속에서 사는 것처럼 고독 속에서 살았고, 바다는 자네를 품어주었다. 슬프구나, 자네는 육지에 오르려 하는가? 슬프구나, 자네는 자네의 육체를 다시 질질 끌고 다니려 하는가?

  차라투스트라는 대답했다. "나는 인간들을 사랑합니다."

  성자는 말했다. 도대체 나는 왜 숲과 황야로 갔던가? 그것은 내가 인간들을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지금 나는 신을 사랑한다. 나는 인간들을 사랑하지는 않는다. 인간은 나에게는 너무나도 불완전한 존재(Sache)이다. 인간에 대한 사랑은 나를 죽여버릴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대답했다. "내가 사랑에 대해 무엇을 말하겠습니까! 나는 인간들에게 선물을 가지고 가는 것입니다."

  성자는 말했다. 그들에게 아무 것도 주지 말게나. 차라리 그들에게서 무엇인가를 빼앗아서 그들과 함께 짊어지게나 ― 그것이 그들에게 가장 잘 해주는 일일 테니까. 이 일이 자네에게 즐거운 일이기만 하다면 말일세.

  그리고 자네가 그들에게 뭔가 주고자 한다면 적선보다 더 많은 것을 하지는 말고, 그리고 그들이 그것을 구걸하도록 하게!

  차라투스트라는 대답했다. "아니, 나는 적선을 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그럴 정도로 가난하지는 않습니다."

  성자는 차라투스트라를 비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그들이 자네의 보물을 받을지 시험해 보지! 그들은 은둔자를 불신하며 우리가 주기 위해서 온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네.

  거리를 지나가는 우리의 발자국은 그들에게는 너무도 외롭게 울리지. 그리고 해 뜨기 오래 전 한밤중에 잠자리에서 어떤 사람이 걸어가는 소리를 들을 때 그러는 것처럼 그들은 '도둑이 어디 가려고 하는 걸까?' 자문한다네.

  인간들에게 가지 말고 숲에 머무르게! 차라리 짐승들에게 가는 편이 더 낫다네! 왜 자네는 나처럼 곰들 중의 한 마리 곰으로, 새들 중의 한 마리 새로 있으려 하지 않는가?

  "그러면 성자께서는 숲에서 무엇을 하십니까?" 차라투스트라는 물었다.

  성자는 대답했다. 나는 노래를 짓고 부른다네. 그리고 노래를 만들면서 웃고 울고 읊조린다네. 이렇게 나는 신을 찬양하지.

  노래하고 울고 웃고 읊조리면서 나는 신을, 나의 신을 찬양한다네. 그런데 자네는 우리에게 무슨 선물을 가져왔는가?

  차라투스트라는 이 말을 듣자 성자에게 인사를 고하면서 말했다. "내가 그대들에게 줄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러니 그대들에게서 아무 것도 빼앗아가지 못하게 나를 빨리 보내주십시오!" ― 그리고 노인과 사내 두 사람은 서로 헤어졌다, 두 명의 소년이 웃듯이 웃으면서.

  그러나 차라투스트라가 홀로 되었을 때 그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도대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저 늙은 성자는 자기 숲에서 신은 죽었다 는 것을 아직 듣지 못했구나!" ―



     3.

  차라투스트라가 숲가 가장 가까운 도시에 왔을 때 그곳 장터에는 많은 군중이 모여있었다. 줄광대(=줄타는 사람)의 공연이 있기로 예고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차라투스트라는 군중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대들에게 넘어가는 인간 (Übermensch) 을 가르친다 . 인간은 극복(überwinden)되어야만 할 그 무엇이다. 그대들은 인간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지금까지 모든 존재자(Wesen)는 자기 자신을 넘어 무엇인가를 창조했다. 그런데 그대들은 이 커다란 밀물의 썰물이 되고 인간을 극복하기보다는 오히려 짐승으로 되돌아가려 하는가?

  인간에게 원숭이는 무엇인가? 하나의 웃음거리이거나 고통스런 부끄러움이다. 그리고 넘어가는 인간에게 인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나의 웃음거리이거나 고통스런 부끄러움인 것이다.

  그대들은 벌레에서 인간으로 가는 길을 걸어왔고, 여전히 그대들 안에는 많은 것이 벌레이다. 일찍이 그대들은 원숭이였고, 지금도 인간은 여전히 그 어떤 원숭이보다도 더 원숭이이다.

  하지만 그대들 중 가장 현명한 자도 단지 식물과 유령의 분파이며 잡종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그대들에게 유령이나 식물이 되라고 명령하겠는가?

  보라, 나는 그대들에게 넘어가는 인간을 가르친다!

  넘어가는 인간은 땅의 의미(Sinn der Erde)이다. 넘어가는 인간은 땅의 의미 이다 ! 라고 그대들의 의지는 말한다.

  나의 형제들이여, 나는 그대들에게 간청한다. 땅에 충실하게 머물라 , 그리고 그대들에게 천상의 희망을 말하는 자들을 믿지 말라! 그들은 스스로 알든 모르든 간에 독을 섞는 자들이다.

  그들은 서서히 죽어 가며 스스로 독을 마시는, 삶을 경멸하는 자들이다. 땅은 이들에게 지쳤다. 허니 그들은 사라져버려도 좋다!

  일찍이 신에 대한 모독이 가장 큰 모독이었다. 그러나 신은 죽었고 이와 더불어 신을 모독하는 자들도 죽었다. 지금 가장 무서운 것은 땅을 모독하는 일이요 탐구할 수 없는 것의 내장을 땅의 의미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일이다.

  일찍이 영혼은 육체를 경멸의 눈으로 바라보았고 당시에는 그러한 경멸이 가장 높은 경멸이었다. ― 영혼은 육체가 여위고 처참해지고 굶주리기를 바랬다. 영혼은 그렇게 해서 육체와 땅으로부터 도망간다고 생각했다.

  오, 이 영혼 자신도 여위고 처참해지고 굶주렸었구나. 그리고 잔인함이 이 영혼의 쾌락이었다!

  하지만 나의 형제들이여, 그대들도 나에게 말해다오. 그대들의 육체는 그대들의 영혼에 대해 무엇을 알려주는가? 그대들의 영혼은 가난함이며 더러움이며 가련한 안락함이 아닌가?

  진실로, 인간은 하나의 더러운 강물이다. 불순하게 되지 않으면서도 더러운 강물을 받아들일 수 있기 위해서는 이미 바다가 되어야만 한다.

  보라, 나는 그대들에게 넘어가는 인간을 가르친다. 넘어가는 인간은 이 바다이며 그대들의 커다란 경멸은 이 바다 안으로 가라앉을(untergehen) 수 있다.

  그대들이 체험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커다란 경멸의 시각이다. 그 때에는 너희들의 행복이 너희들에게 역겨움이 되고 너희들의 이성과 너희들의 덕도 그렇게 될 것이다.

  그 때에 그대들은 말한다. "나의 행복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것은 가난함이며 더러움이며 가련한 안락함이다. 하지만 나의 행복은 실존 그 자체를 정당화해야만 한다!"

  그 때에 그대들은 말한다. "나의 이성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것은 사자가 제 먹이를 갈구하듯이 앎을 갈구하는가? 그것은 가난함이며 더러움이며 가련한 안락함이다!"

  그 때에 그대들은 말한다. "나의 덕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것은 아직 나를 미쳐 날뛰게 하지 않았다. 나는 나의 선과 나의 악에 얼마나 지쳐 있는데! 그 모든 것은 가난함이며 더러움이며 가련한 안락함이다."

  그 때에 그대들은 말한다. "나의 정의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나는 내가 활활 타오르는 숯불이라고 보지 않는다. 하지만 정의로운 자는 활활 타오르는 숯불이다!"

  그 때에 그대들은 말한다. "나의 동정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동정은 인간들을 사랑하는 자가 못박히게 되는 십자가가 아닌가? 하지만 나의 동정은 결코 십자가 형(刑)이 아니다."

  그대들은 벌써 그렇게 말했는가? 그대들은 벌써 그렇게 외쳤는가? 아, 내가 그대들이 그렇게 외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면!

  그대들의 죄가 아니라 그대들의 절제(Genügsamkeit)가 하늘을 향해 외쳤구나! 그대들의 죄 안에 있는 그대들의 탐욕(=인색함) 그 자체가 하늘을 향해 외쳤구나!

  제 혀로 그대들을 핥을 번개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그대들에게 감염시켰어야만 하는 광기는 어디에 있는가?

  보라, 나는 그대들에게 넘어가는 인간을 가르친다. 그는 이 번개요 이 광기이다! ―

  차라투스트라가 이렇게 말했을 때 군중 속에서 한 사람이 외쳤다. "우리는 줄광대에 대해서는 충분히 들었다. 이제 우리에게 그를 보여줘라!"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차라투스트라를 비웃었다. 하지만 줄광대는 이 말이 자기에 대한 얘기라고 믿고서 자신의 일에 착수했다.



     4.

  그러나 차라투스트라는 군중을 바라보고서 놀랐다. 그리고 나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짐승과 넘어가는 인간 사이에 걸린 하나의 밧줄, ― 하나의 심연 위에 있는 하나의 밧줄이다.

  저편으로 건너가는 것도 위험하고 도중에 있는 것도 위험하고 뒤돌아보는 것도 위험하고 벌벌 떨면서 멈추어 있는 것도 위험하다.

  인간에게서 위대한 점은 그가 하나의 다리이지 그 어떤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간에게서 사랑 받을 수 있는 점은 그가 하나의 넘어감 (Übergang)이요 내려감 (Untergang)이라는 점이다.

  내려가는 자로서가 아니라면 살 줄 모르는 자들을 나는 사랑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저편으로 건너가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커다랗게 경멸하는 자들을 사랑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커다랗게 존경하는 자요 다른 해안을 향한 동경의 화살이기 때문이다.

  몰락(untergehen)하고 희생물이 될 근거를 먼저 별들 뒤에서 찾지 않으며 오히려 언젠가 땅이 초인의 것이 되도록 땅에게 자신을 희생하는 자들을 나는 사랑한다.

  인식하기 위해 사는 자를, 언젠가 넘어가는 인간이 살 수 있도록 인식하고자 하는 자를 나는 사랑한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자신의 몰락(Untergang)을 원하는 것이다.

  넘어가는 인간에게 집을 지어 주고 그에게 땅과 동물과 식물을 마련해 주기 위해 일하고 발명하는 자를 나는 사랑한다. 왜냐하면 그는 그렇게 자신의 몰락을 원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덕을 사랑하는 자를 나는 사랑한다. 왜냐하면 덕은 몰락을 향한 의지요 동경의 화살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해서는 한 방울의 정신도 남겨 두지 않고 온 정신을 자기 덕의 것이 되게 하려는 자를 나는 사랑한다. 그렇게 그는 정신으로서 다리를 건너가는 것이다.

  자신의 덕으로부터 제 성향과 제 운명을 만들어 내는 자를 나는 사랑한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덕을 위해 계속 살거나 더 이상 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너무 많은 덕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 자를 나는 사랑한다. 하나의 덕은 두 개의 덕보다 더한 덕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운명이 걸려 있는 더한 매듭이기 때문이다.

  감사를 받으려고도 하지 않고 돌려주지도 않는, 자신의 영혼을 아낌없이 주는 자를 나는 사랑한다. 왜냐하면 그는 항상 선사하며 자신을 지키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사위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떨어질 때 부끄러워하면서 '나는 가짜 노름꾼(falscher Spieler)이 아닌가?' 하고 묻는 자를 나는 사랑한다. ― 왜냐하면 그는 바닥으로 내려가고자(zu Grunde gehen)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행위에 앞서 황금의 말들을 던지고 언제나 약속한 것 이상으로 행하는 자를 나는 사랑한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몰락을 원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올 것들을 정당화하고 지나간 것들을 구제하는 자를 나는 사랑한다. 왜냐하면 그는 현재하는 것들로 인해 바닥으로 가고자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의 신을 징계하는 자를 나는 사랑한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신의 진노로 인해 바닥으로 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상처 속에서도 자신의 영혼이 깊으며 작은 체험으로도 바닥으로 갈 수 있는 자를 나는 사랑한다. 그렇게 그는 기꺼이 다리 위를 건너간다.

  자기 자신을 잊을 수 있고 모든 사물이 그 안에 있을 정도로 자신의 영혼이 넘쳐흐르는 자를 나는 사랑한다. 그렇게 모든 사물은 그의 몰락이 된다.

  자유로운 정신과 자유로운 심장을 가진 자를 나는 사랑한다. 그렇게 그의 머리는 단지 그의 심장의 내장일 뿐이고, 그의 심장은 그를 몰락으로 몰고 간다.

  인간들 위에 걸려 있는 검은 구름으로부터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무거운 물방울과 같은 자를 나는 사랑한다. 그는 번개가 올 것임을 예고하고 예고자로서 바닥으로 가는 것이다.

  보라, 나는 번개의 예고자요 구름에서 떨어지는 무거운 물방울이다. 그러나 이 번개의 이름은 넘어가는 인간이다. ―



     5.

  차라투스트라는 이 말을 하고 나서 다시 군중을 바라보고 침묵했다. 그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저들이 저기에 서 있구나. 저들이 저기에서 웃고 있구나. 이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이 사람들의 귀를 위한 입이 아니다.

  저들이 눈으로 듣는 법을 배우도록 먼저 저들의 귀를 떼어내야만 하는 걸까? 팀파니나 회개 설교자처럼 떠들썩한 소리를 내야만 하는 걸까? 아니면 저들은 말더듬이만을 믿는 것일까?

  저들에게는 뭔가 자부심거리가 있다. 저들에게 자부심을 갖게 해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라 불리는가? 그것은 교양이라 불린다. 그것이 저들을 염소지기보다 눈에 띄게 해주는 것이다.

  그 때문에 저들은 "경멸"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한다. 그래서 나는 저들의 자부심을 향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래서 나는 저들에게 가장 경멸스러운 것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것은 마지막 인간 이다."

  그리고 차라투스트라는 군중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인간이 자신의 목표를 세워야 할 때이다. 지금은 인간이 자신의 가장 높은 희망의 씨앗을 심어야 할 때이다.

  아직은 인간의 토지는 충분히 그럴 수 있을 만큼 풍요롭다. 그러나 언젠가 이 토지는 가난하고 유순하게 될 것이며, 그래서 거기로부터 큰 나무가 더 이상 자라날 수 없게 될 것이다.

  슬프구나! 인간이 더 이상 자신의 동경의 화살을 인간 너머로 던지지도 않고 인간의 활시위가 윙윙거리는 법을 잊게 되는 때가 온다!

  내가 그대들에게 말하노니, 춤추는 별을 낳을 수 있기 위해서는 자신 안에 여전히 혼돈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내가 그대들에게 말하노니, 그대들은 아직 그대들 안에 혼돈을 가지고 있다.

  슬프구나! 인간이 더 이상 아무런 별도 낳지 못하는 때가 온다. 슬프구나! 더 이상 자기 자신을 경멸할 수 없는 가장 경멸스러운 인간의 시대가 온다.

  보라! 내가 그대들에게 마지막 인간 을 보여주겠다.

  "사랑이 뭐지? 창조가 뭐지? 동경이 뭐지? 별이 뭐지?" ― 마지막 인간은 이렇게 묻고서 눈을 껌벅인다.

  그 때 땅은 작아져 버리고 땅 위에는 모든 것을 작게 만드는 마지막 인간이 뛰어 돌아다닌다. 그 종족은 벼룩처럼 근절하기 어렵다. 마지막 인간이 가장 오래 사는 것이다.

  "우리는 행복을 발명해냈다." ― 마지막 인간들은 이렇게 말하고서 눈을 껌벅인다.

  그들은 살기 힘든 지방을 버렸다. 따뜻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도 이웃을 사랑하며 이웃에게 몸을 비비고 있다. 따뜻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보기에 병드는 것과 의심을 품는 것은 죄 짓는 일이다. 그래서 그들은 걸음걸이를 조심스럽게 한다. 아직도 돌이나 사람에 걸려 비틀거리는 자는 바보다!

  이따금씩 소량의 독, 그것은 안락한 꿈을 꾸게 해준다. 그리고 마침내 많은 독, 그것은 안락한 죽음으로 데려간다.

  그들은 아직도 노동을 한다. 왜냐하면 노동은 하나의 오락거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오락으로 몸이 상하지 않도록 배려한다.

  그들은 더 이상 가난해지지도 부유해지지도 않을 것이다. 두 가지 다 너무 성가신 일이다. 누가 아직도 지배하려고 하는가? 누가 아직도 복종하는가? 두 가지 다 너무 성가신 일이다.

  목자는 없고 하나의 떼거리만 있구나! 모든 사람 하나하나는 같은 것을 원하고, 모든 사람 하나하나는 같다. 다르게 느끼는 자는 자진해서 정신 병원으로 간다.

  "예전에는 온 세상이 미쳤었다." ― 가장 총명한 자들은 이렇게 말하고 눈을 껌벅인다.

  그들은 영리하며 일어난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조롱에는 끝이 없다. 그들은 아직도 다투지만 이내 화해한다. ― 그렇지 않으면 위장이 망가지는 것이다.

  그들은 나름대로 낮을 위한 작은 쾌락과 밤을 위한 작은 쾌락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건강을 존중한다.

  "우리는 행복을 발명해냈다." ― 마지막 인간들은 이렇게 말하고서 눈을 껌벅인다.



  그리고 여기서 "서설"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차라투스트라의 첫 번째 연설이 끝났다. 그 찰나에 군중의 고함과 환희가 그를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렇게 소리질렀다. "오, 차라투스트라, 우리에게 이 마지막 인간을 줘라, 우리를 이 마지막 인간으로 만들어 줘라! 그러면 우리가 당신에게 넘어가는 인간을 선사해 주겠다!" 그러면서 모든 군중은 환성을 지르며 입맛을 다셨다. 그러나 차라투스트라는 서글퍼져서 마음속으로 말했다.

  저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나는 저들의 귀를 위한 입이 아니구나.

  내가 산에 너무 오래 살았나 보다. 시냇물과 나무의 소리에 너무 많이 귀 기울였나 보다. 그래서 지금 내가 저들에게 염소지기처럼 이야기하는구나.

  내 영혼은 동요하지 않고 오전의 산처럼 밝다. 그러나 저들이 생각하기에 나는 차가운 자요 무서운 농담을 하는 조롱꾼이로구나.

  그리고 이제 저들은 구경하면서 웃고 있구나. 또한 웃으면서 나를 증오하고 있구나. 저들의 웃음 속에는 얼음이 있구나.



     6.

  그런데 그 때 모든 사람의 입을 다물게 하고 모든 사람의 눈을 고정시킨 일이 일어났다. 그러니까 그 사이에 줄광대가 자기 일을 시작했던 것이다. 줄광대는 작은 문에서 나와 두 개의 탑 사이에 묶여 있는, 다시 말해 장터와 군중 위에 걸려 있는 밧줄 위를 걸어가고 있었다. 줄광대가 막 중간에 왔을 때 다시 한번 그 작은 문이 열리더니 어릿광대처럼 얼룩덜룩한 옷을 입은 사내가 뛰어 나와 빠른 걸음으로 앞에 가는 자를 따라가는 것이었다. 그는 무서운 목소리로 외쳤다. "앞으로 가, 절름발이야! 앞으로 가, 건달, 밀수꾼, 겁쟁이야! 내 발꿈치로 너를 간지럽히지 못하게 하란 말이다! 여기 두 개의 탑 사이에서 뭘 하는 거야? 너는 탑 속에 있는 편이 나아. 널 가둬둬야 하는 건데. 너보다 나은 자의 자유로운 진로를 가로막다니!" ― 이렇게 한 마디씩 하면서 사내는 줄광대에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하지만 사내가 줄광대 뒤로 불과 한 걸음 떨어진 곳에 왔을 때 모든 사람의 입을 다물게 하고 모든 사람의 눈을 고정시킨 경악케 한 일이 일어났다. 사내는 악마처럼 고함을 내지르고는 자기의 길을 막고 있던 자를 훌쩍 뛰어넘었다. 하지만 이 사람은 그렇게 자신의 경쟁자가 승리하는 것을 보자 제정신(Kopf)을 잃고 밧줄을 놓쳐버렸다. 줄광대는 장대를 내던지고 팔과 다리로 소용돌이를 이루며 장대보다 더 빨리 깊은 아래로 떨어졌다. 장터와 군중은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와도 같았다. 모든 사람들은 뿔뿔이 혹은 겹겹이 도망쳤다. 특히 줄광대의 몸이 떨어질 자리가 가장 심했다.

  하지만 차라투스트라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그의 바로 옆으로 줄광대의 몸이 떨어졌는데, 뼈마디는 어긋나고 부러져 있었지만 아직 목숨은 붙어 있었다. 잠시 후 온몸이 부서진 자에게 의식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차라투스트라가 자기 옆에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을 보았다. 마침내 그는 말했다. "거기서 뭘 하고 있소? 악마가 내 발을 걸어 쓰러뜨리리라는 것을 내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소. 이제 악마가 나를 지옥으로 끌고 가는구려. 당신이 악마를 막아주겠소?"

  차라투스트라는 대답했다. "친구여, 내 명예를 걸고 말하건대, 당신이 얘기한 그런 것 따위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아요. 악마도 없고 지옥도 없어요. 당신의 영혼은 당신의 육체보다 더 빨리 죽게 될 거요. 그러니 이제 더 이상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말아요!"

  그 남자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쳐다봤다. 이윽고 그는 말했다. "당신이 진리를 말하는 것이라면 내가 생명을 잃을 때 나는 아무 것도 잃는 것이 없구려. 나는 매질과 보잘것없는 식사를 통해 춤추는 법을 배운 한 마리 짐승보다 나을 게 없소."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 "절대 그렇지 않아요. 당신은 위험을 당신의 천직으로 삼았고, 거기에는 경멸할 게 전혀 없어요. 당신은 지금 당신의 천직으로 인해 땅으로 가는(zu Grunde gehen) 겁니다. 그것을 위해 내가 내 손으로 당신을 묻어 줄게요."

  차라투스트라가 이 말을 했을 때 죽어 가는 자는 더 이상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감사하려고 차라투스트라의 손을 찾으려는 듯 손을 움직였다. ―



     7.

  그 사이에 저녁이 왔고 장터는 어둠에 싸였다. 군중은 거기를 떠났다. 왜냐하면 호기심과 공포심 자체마저도 지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라투스트라는 땅 위의 죽은 자 곁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렇게 그는 시간을 잊고 있었다. 그러나 마침내 밤이 되었고, 차가운 바람이 그 고독한 자 위로 불어갔다. 그 때 차라투스트라는 몸을 일으키며 마음속으로 말했다.

  실로 차라투스트라는 오늘 멋진 고기잡이를 했구나! 사람은 하나도 낚지 못했지만 그래도 시체 하나는 낚았으니.

  인간의 실존은 섬뜩하고 언제나 아직 의미가 없구나. 한 명의 어릿광대가 인간 실존에게 운명이 될 수도 있고.

  나는 인간들에게 그들 존재의 의미를 가르쳐 주고 싶다. 인간 존재의 의미는 넘어가는 인간이요 인간이라는 먹구름에서 나오는 번개이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그들에게서 멀리 있고, 나의 의미는 저들의 의미와 통하지 않는구나. 인간들에게 아직도 나는 바보와 송장 사이의 중간이다.

  어둡구나 밤은. 어둡구나 차라투스트라의 길은. 가자, 그대 차갑고 뻣뻣한 동반자여! 내 손으로 그대를 묻어줄 그곳까지 나는 너를 짊어지고 가겠다.



     8.

  차라투스트라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어깨에 시체를 메고 길을 떠났다. 그런데 그가 채 백 걸음도 가지 않았는데, 한 사람이 그에게로 슬그머니 다가와서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런데 보라! 이야기한 자는 탑의 그 어릿광대였다. 그가 말했다. "오 차라투스트라, 이 도시를 떠나시오. 여기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증오한다. 선하고 의로운 자들은 당신을 증오하면서, 당신을 자기들의 적이며 자기들을 경멸하는 자라고 부른다. 옳은 신앙을 가진 신자들은 당신을 증오하면서, 당신을 대중의 위험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당신을 비웃는다는 점이 당신에게는 다행이었다. 그리고 실로 당신은 어릿광대처럼 이야기했다. 당신이 저 죽은 개와 함께 하게 되었다는 점이 당신에게는 다행이었다. 당신이 그렇게 당신을 낮추었을 때 당신은 오늘 당신 자신을 구했던 것이다. 그러나 곧 이 도시를 떠나시오. 그렇지 않으면 내일은 내가 당신을, 곧 살아있는 자가 죽은 자를 뛰어 넘겠다." 그 사람은 이 말을 하고 나서는 사라졌다. 그러나 차라투스트라는 어두운 거리를 가로질러 더 나아갔다.

  그 도시의 문에서 그는 무덤 파는 자들과 마주쳤다. 그들은 횃불로 그의 얼굴을 비춰보고 차라투스트라임을 알아보고는 그를 매우 조롱했다. "차라투스트라가 죽은 개를 메고 가는구나. 차라투스트라가 무덤 파는 자가 되었다니 멋진 일이로군! 이 구운 고기를 만지기에는 우리 손은 너무 깨끗하니까. 차라투스트라는 악마에게서 한 조각 음식을 훔치려고 하는 걸까? 좋다! 맛있게 먹어라! 악마가 차라투스트라보다 더 나은 도둑이 아니라면 말이야! ― 하지만 악마는 저들 둘을 훔쳐가서 먹어치울 걸!" 그리고 그들은 서로 웃고는 머리를 한데 모았다.

  차라투스트라는 여기에 대해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자기 길을 갔다. 숲과 늪을 지나 두 시간을 걸어갔을 때, 그는 늑대들의 굶주린 울부짖음 소리를 아주 여러 번 들었고 그 자신도 배가 고파졌다. 그래서 그는 불빛이 타고 있는 외딴 집 앞에 멈춰 섰다.

  배고픔이 강도처럼 나를 기습하는구나.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 숲과 늪 속에서 배고픔이 나를 기습하는구나, 그것도 한밤중에.

  나의 배고픔은 이상한 변덕을 갖고 있구나. 종종 막 식사를 마친 후에 배고픔이 찾아오는데, 오늘은 하루 종일 오지 않았구나. 도대체 나의 배고픔은 어디에 머물러 있었을까?

  그러면서 차라투스트라는 그 집의 문을 두드렸다. 한 노인이 나타났다. 등불을 든 노인이 물었다. "누가 나한테 와서 편찮은 잠을 깨우는 거요?"

  "한 사람의 산 자와 한 사람의 죽은 자입니다." 차라투스트라가 말했다. "먹고 마실 것을 주십시오. 하루 종일 음식을 잊고 지냈습니다. 굶주린 자를 먹게 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의 영혼을 고양시키는 거라고 현자가 말했습니다."

  노인은 들어갔다가 바로 돌아와서는 차라투스트라에게 빵과 포도주를 주었다. "배고픈 자에게는 나쁜 지역이지." 노인은 말했다. "그래서 나는 여기에 살고 있어. 동물과 인간이 내게, 이 은둔자에게 온다네. 헌데 자네의 동반자에게도 먹고 마실 것을 주게나. 그는 자네보다 더 지쳐있어." 차라투스트라는 대답했다. "나의 동반자는 죽었습니다. 그에게 그러라고 권하기가 어렵답니다."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야." 노인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내 집 문을 두드린 사람은 내가 주는 것을 받아야만 해. 먹고서 잘들 가게나!"

  그 후 차라투스트라는 다시 두 시간을 더 가면서 길과 별빛에 의지했다. 왜냐하면 그는 밤길을 걷는 데 익숙했고 잠자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 보기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먼동이 터 올 때 차라투스트라는 깊은 숲 속에 있었고 더 이상 아무 길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죽은 자를 자기 머리맡에 있는 텅 빈 나무 안에 놓고서 ― 왜냐하면 차라투스트라는 그를 늑대로부터 보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 그 자신도 이끼 낀 땅 위에 누웠다. 그러자 그는 곧 잠이 들었다. 몸은 지쳤지만 영혼은 고요한 채로.



     9.

  차라투스트라는 오랫동안 잠을 잤다. 아침놀뿐 아니라 오전도 그의 얼굴 위를 지나갔다. 그러나 마침내 그의 눈이 떠졌다. 차라투스트라는 놀라서 숲과 정적을 바라보았고, 놀라서 자신의 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서 그는 처음 육지를 본 뱃사람처럼 재빨리 일어나서 환성을 질렀다. 왜냐하면 그는 하나의 새로운 진리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그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내게 한 줄기 빛이 떠올랐다. 나는 동반자가 필요하다. ― 내가 원하는 곳으로 짊어지고 갈 죽은 동반자나 시체가 아니라 살아 있는 동반자가.

  나는 나를 따를 살아 있는 동반자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그는 스스로,  그것도 내가 원하는 그곳으로 나를 따르고자 하기 때문이다.

  내게 한 줄기 빛이 떠올랐다. 차라투스트라는 군중이 아니라 동반자에게 말한다! 차라투스트라는 한 떼거리에 딸린 목자나 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떼거리 중에서 여러 놈들을 꾀어내기 위해서 ― 그러기 위해서 나는 왔다. 군중과 떼거리는 나에게 화를 내겠지. 목자들에게 차라투스트라는 약탈자라고 불려야겠다.

  나는 목자들이라고 말하지만 그들은 선하고 의로운 자라고 자처한다. 나는 목자들이라고 말하지만 그들은 옳은 신앙을 가진 신자라고 자처한다.

  저 선하고 의로운 자들을 보라! 그들은 누구를 가장 증오하는가? 그들의 가치 판을 부수는 자, 파괴자, 범죄자를 가장 증오한다. ― 하지만 이 자는 창조하는 자이다.

  저 모든 신앙의 신자들을 보라! 그들은 누구를 가장 증오하는가? 그들의 가치 판을 부수는 자, 파괴자, 범죄자를 가장 증오한다. ― 하지만 이 자는 창조하는 자이다.

  창조하는 자는 동반자들을 찾는다. 시체들을 찾는 것도 아니고 떼거리나 신자들을 찾는 것도 아니다. 창조하는 자는 함께 창조하는 자들을, 새로운 판에 새로운 가치를 적어 넣을 자들을 찾는다.

  창조하는 자는 동반자들을, 그리고 함께 수확하는 자들을 찾는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모든 것이 수확을 기다리며 익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백 개의 낫이 없다. 그래서 그는 이삭을 쥐어뜯으며 화가 나 있다.

  창조하는 자는 동반자들을, 자신의 낫을 갈 줄 아는 그런 자들을 찾는다. 이들은 파괴자요 선과 악을 경멸하는 자라고 불릴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수확하는 자들이요 축제를 벌이는 자들이다.

  차라투스트라는 함께 창조하는 자들을 찾는다. 차라투스트라는 함께 수확하는 자들, 함께 축제를 벌이는 자들을 찾는다. 차라투스트라가 떼거리와 목자들과 시체들과 함께 창조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리고 너, 나의 첫 번째 동반자여, 잘 있거라! 내 너를 속이 빈 나무에 잘 묻어두었고 늑대들로부터 너를 잘 숨겨놓았다.

  하지만 나는 너와 헤어진다. 때가 되었다. 아침놀과 아침놀 사이에 나에게 새로운 진리가 왔구나.

  나는 목자나 무덤 파는 자가 되지 않으리라. 다시는 민중과 이야기하지 않으리라. 죽은 자에게 말하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이다.

  나는 창조하는 자, 수확하는 자, 축제를 벌이는 자와 한 패가 되리라. 나는 이들에게 무지개를 보여주리라. 그리고 초인의 모든 계단들을 보여주리라.

  혼자 있는 은둔자들과 둘이 있는 은둔자들에게 나의 노래를 불러 주게 되리라. 그리고 일찍이 들어보지 못했던 것에 귀를 기울이는 자에게, 나의 행복으로 그의 심장을 무겁게 만들어 주리라.

  나는 나의 목표를 향해 가리라. 나는 나의 길을 간다. 나는 주저하며 망설이는 자들 위로 훌쩍 뛰어 넘을 것이다. 그렇게 나의 가는 길(mein Gang)은 그들의 몰락(ihr Untergang)이 되리라!



     10.

  차라투스트라가 이 말을 마음속으로 했을 때, 태양은 정오에 위치해 있었다. 그때 그는 궁금한 듯 높은 곳을 쳐다봤다. ― 새 한 마리의 날카로운 울음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보라! 독수리 한 마리가 공중에 넓은 원을 그리고 있었고, 한 마리 뱀이 먹이가 아니라 친구처럼 독수리 둘레에 걸려 있었다. 뱀은 독수리의 목에 둥글게 감겨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나의 동물들이로구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태양 아래 가장 자부심 강한 동물과 태양 아래 가장 영리한 동물 ― 이놈들이 정찰을 하러 나왔구나.

  이놈들이 차라투스트라가 아직 살아 있는지 탐색하려 하는구나! 정말 내가 아직 살아 있나?

  짐승들 가운데 있는 것보다 인간들 가운데 있는 것이 나에게는 더 위험하구나. 차라투스트라는 위험한 길을 가는구나. 나의 짐승들이여 나를 인도해 다오!"

  차라투스트라가 이 말을 했을 때 그는 숲에 있는 성자의 말을 생각하고는 한숨을 쉬며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더 영리해졌으면! 내가 나의 뱀처럼 밑바닥에서부터 영리해졌으면!

  하지만 나는 불가능한 것을 바라고 있구나. 그러니 언제나 나의 영리함과 함께 가기를 나의 자부심에게 간청한다!

  그리고 나의 영리함이 언젠가 나를 저버린다면 ― 아, 그것은 달아나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 그 때는 나의 자부심이 나의 어리석음과 함께 아직도 날아갔으면!



  ― 이렇게 차라투스트라의 내려옴(Untergang)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