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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화론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 말하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악법도 법이다."
    고대 그리스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들며 정말 이 말을 했을까?
    2002년 타계한 권창은 전 고려대 교수(철학)와 강정인  서강대  교수(정치학)는 관련 문헌 연구를 통해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한다.

    소크라테스가 '형식적 법치주의의 옹호자'나 '독재정권의 철학적 하수인'이  아닌, 현대 민주적 법철학에 부합하는 '실질적 법치주의의 옹호자'라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말하지 않았다'(고려대출판부)는 1993-94년 발표된 권 교수의 논문 2편과 강 교수 글 1편을 모아 펴낸 책으로 강정인 교수가 머리말을 새롭게 썼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금언이 소크라테스의 발언처럼 회자되고 있는 것은 법사상에 대한 피상적이고 몰지각한 이해를 보여주고, 한국 학계의 척박한 지적 풍토와 민주적 정치문화가 부재함을 여실히 증거하고 있다는 것이 강 교수의 주장이다.

    고대그리스철학을 전공한 철학자와 정치사상을 공부한 정치학자가 10여  년  전 도발적으로 제기한 이 문제에 대한 하나의 응답으로 2002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초등학교 6학년 도덕교과서에 실린 글 중 소크라테스가 탈출을 권유하는 친구  크리톤에게 "법은 국가와의 약속이다. 나는 법에 따라 재판을 받았고, 그것이 나의 목숨을 빼앗아 가는 것일지라도 지켜야 한다"고 말한 구절의 수정을 권고했고 이 부분은 후에 교과서에서 삭제됐다.

    또한 2004년 11월에는 헌법재판소가 중학교 일부 사회 교과서가 준법정신을  강조하는 대표적 사례로 소개하고 있는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라며  독배를  마신 일화'를 부적절한 것으로 지적, 그 수정을 권고하기도 했다.

    강정인 교수는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소크라테스의 법철학은 지금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표방한 법철학과 맞지 않다'면서 여전히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라는 주장을 한 것으로 전제하고 있는데 이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두 학자의 논증의 핵심은 소크라테스가 애초에 "악법도 법"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는 것에 귀착된다.

    강 교수는 시민 불복종 이론을 논할 때 소크라테스의 사례가 19세기 미국의  사상가 헨리 소로의 일화와 함께 빠짐없이 논의되고 있는 점과, 1960년대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 역시 자신의 시민 불복종 운동을 정당화하며 소크라테스를  인용하고 있는 점을 들기도 한다.

    강 교수는 또한 법조계에도 비판의 메스를 들이댔다. 소크라테스에게  덧씌워진 억울한 누명을 벗겨주는 과정과 함께 사법부는 과거 군부정권에 부분적으로  협조하며 '악법도 법'이라는 전제 하에 내린 잘못된 판결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성하고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민주화가 진행된 지난 20년의 세월을 회고할 때, 한국 법조계의 역량이 2천400년 전의 고대 아테네 시민들의 과거사 청산 역량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것이  나의 우울한 판단"이라며 "소크라테스의 법사상에 대한 과거의 잘못된 해석을  공적으로 시인하고 바로잡는 법조계의 조치야말로 권 교수와 내가 이 책을 통해  촉구하는 소크라테스의 법사상에 대한 '과거사 청산'"이라고 덧붙였다.

    권창은ㆍ강정인 지음. 246쪽. 9천원.

    yonglae@yna.co.kr (끝)
2005/12/02 06:4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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