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승영 박사, 국내 처음 철학 대해부책 내놔
7년 대장정 717쪽 분량 종주(縱走)에 성공 '지도' 펴내
"니체 통해 기술·여성·인간 재조명땐 새차원 열수있어"
[조선일보 이한우 기자]
일반인들에게는 ‘신(神)은 죽었다’는 선언으로, 식자들에게는 해체주의와 몸, 여성 같은 주체의 문제 때문에 ‘21세기 미래철학의 선구자’로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는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 그러나 여전히 접근하기 어려운 수수께끼의 철학자로, 쉽게 곁을 내주지 않는 것으로 니체의 철학은 악명이 높다. 이 거대한 산맥을 갓 마흔을 넘긴 여성철학자가 마침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종주(縱走)에 성공하고 산맥지도를 내놓았다.
백승영박사(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전임 연구원)가 7년 간의 작업 끝에 펴낸 ‘니체,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책세상). 분량만 717쪽에 이른다. “2000년 이상 지배해온 서양 형이상학의 신(神) 중독에서 말끔히 벗어난 살아있는 철학이라고 말하면 너무 어려운가요?”
서강대 철학과를 졸업한 그는 독일 레겐스부르크대학에서 니체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91년 유학가서 처음 니체를 전공하겠다고 했을 때 지도교수의 반응은 “Nein(안된다)”이었다. 독일사람에게도 어려운 철학자를 외국인이 어떻게 정복할 수 있겠는가, 그런 걱정이었다. 3번의 퇴짜를 맞고서도 뜻을 굽히지 않자 지도교수는 조건부로 승락했다. “다른 책 보지 말고 니체의 책 전부를 달달 외우고나서 다시 와라.” 독일어판으로 39권 분량인 니체전집을 2년 6개월동안 6번 읽고나니 “이것-이 니체의 철학이구나!”라는 느낌이 왔다고 했다.
98년 학위를 마치고 돌아온 백박사는 곧바로 계명대 이진우총장, 서울대 박찬국교수, 충북대 정동호교수, 원광대 김정현교수 등 국내의 니체 연구자들과 함께 니체전집 번역에 뛰어들었다. 오는 8월 말이면 ‘즐거운 학문’과 ‘유고’가 나와 21권의 전집 번역이 완성된다. 백박사는 그중 ‘바그너의 경우’ 등 3권을 번역했다.
“사실 해체주의의 모범을 보여준 철학자가 니체잖아요. 그는 모든 것을 부정하는 듯 하지만 결국은 새로운 차원의 긍정, 명랑성에 이르려고 노력했거든요.” 그의 시각은 니체의 철학을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으로 보려는 쪽에 맞춰져있다. 그는 또 “그동안 국내 지식사회에서는 니체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마르크스주의에서 벗어나는 일종의 해독제 차원에서 들뢰즈를 통한 니체 해석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정작 그는 니체가 이처럼 ‘해독제’나 ‘보조도구’로 사용되는데 대해 비판적이다.
“니체 자체를 파고드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미래의 철학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중요하게 부각될 기술 인간 여성 문화 등을 니체를 통해 재조명한다면 새로운 차원을 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백박사의 이번 작업은 8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국내의 독일철학 수용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다. 서울대 백종현교수는 칸트를, 이남인교수는 훗설을, 한국외국어대 이기상교수는 하이데거를 소개한 맥락에 그의 작업도 함께 속하게 됐기 때문이다. 7년의 대장정을 마치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그는 ‘니체와 20세기 철학’의 관계를 파헤치는 탐험에 나설 계획이다.
(이한우기자 hwlee@chosun.com )
->독일어판으로 39권 분량인 니체전집을 2년 6개월동안 6번 읽고나니 “이것-이 니체의 철학이구나!”라는 느낌이 왔다고 했다.
이 부분이 참...지난 가을 학교에서 강연하셨을 때 못들은게 새삼스레 아쉽네요...
링크 하는 법을 몰라서 그냥 긁어왔습니다. 언능 읽어봐야지..ㅎㅎ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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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원
2005.06.28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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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원
2005.06.28 22:13
그리고 좀 적극적인 비판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음. -
독자2
2005.06.30 14:28
<니체가 뒤흔든 철학 100년>이라는 작업 이후 마침내 개인저자의 연구성과가 나온 셈이군요. 적극적인 비판에 대해서는 서문에서 저자가 이미 유보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으므로 별 문제가 안된다고 보고요, 제가 보기에는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니체 연구서 중 최고입니다. 한 철학자에 대한 연구는 그것이 철학사적 맥락에 근거해서 이루어질 때 비로소 '비평'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는 니체에 대한 이런저런 말들만 무성했지 '비평' 이상의 깊이를 보여주는 연구는 그리 많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왜 굳이 계보학 얘기하면서 푸코를 끌어들여야 하고, 툭하면 들뢰즈와 더불어 '생성'이니 '차이'를 논해야 할까요. 그 사람들이 가장 탁월한 니체 수용을 보여주고 있어서? 현대에서 잘나가는 철학자들이 니체에게 많이 배웠다는 것을 과시라도 하기 위해서? 저자는 그런 것들보다 조금 더 근원적인 차원에서 얘기되어야 할 것들을 쓴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근원적 차원'의 니체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적어도 이 책에서는 니체라는 인물이 살아냈던 시대는 물론 니체와 그 '이전'의 철학자들과의 비판적 대화가 부각됩니다. 게다가 저자는 니체철학을 존재론적, 인식론적, 윤리학적, 미학적 차원으로 나눠 충실히 기술함으로써 니체가 결코 '시인'이 아니라 칸트나 헤겔 못지 않은 체계적 정합성(물론 가시화되지는 않았을지라도)을 지니고 있었던 철학자임을 보여줍니다. 위 기사에서는 이남인 교수님의 연구도 언급했는데 물론 연구의 깊이와 충실함에 있어서는 이남인 교수님의 후썰 연구도 대단하지만(<현상학과 해석학>이 일단의 성과겠죠) 백승영 선생님의 니체 연구는 시기와 맥락상 후썰 연구보다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게다가 원전과 유고를 동시에 검토함으로써 양자를 보완적으로 읽으려했던 저자의 노고도 무시할 수 없겠지요. 아무튼 빼도 무방했을 원고들을 수록한 바람에 들고 다니기 힘들 정도로 분량이 많아진 점만 빼면 그리 흠잡을 데 없는 연구서라고 생각합니다. -
신승원
2005.06.30 16:46
네. 저도 들뢰즈나 푸코 들먹이지 않는 점이 무척 맘에 들었습니다. 니체는 단지 니체 일뿐.... 근데 약간 말이 걷도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더군요.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는 듯한 느낌과 논리가 확실하게 와닿지 않는 부분 (특히 생기존재론에 관한 부분은 주관적인 해석이 너무 강한게 아닌가 하는 느낌...) 물론 저자의 노고는 읽는 내내 절 감격시켰답니다. -
김시원
2005.06.30 21:51
님들, 친애하는 김재인 철학자님께서 글 올리지 말라 해서 안 올릴라 했는데 님들이 올리게 만드시는군요. 니체가 왜 시인이 아닙니까? 니체는 분명 인류역사상 최고의 시인은 아닐지라도 최고의 예술철학자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니체에게 있어 예술이란 기존의 종교나 철학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니체를 일컬어 예술가-철학자라 할 수는 있어도 '결코 시인이 아니다'라는 식의 발언은 곤란하다고 봅니다. 니체가 한명의 체계적인 철학자도 된다는 것은 특히 그의 유고에 남겨져 있죠. -
독자2
2005.07.01 01:29
1. 김시원님, '예술철학자'와 '예술가'는 엄연히 다릅니다. 그리고 설마 양자를 합성해서 '예술가-철학자'라는 조어를 만드신 거라면 일단 그런 말은 의미도 잘 안통하고 기존의 사전에도 없습니다. 그리고 대체로(존재론과 특수형이상학을 차후에 정초하려고 했던 칸트같은 인물만 빼면) 예술철학의 경우 해당 철학자의 존재론과 떼어 생각할 수 없다고 여겨집니다만. 니체의 예술철학 역시 힘에의 의지 개념을 근간으로 하는 그의 존재론적 원리와 분리해서 볼 수 없지요. 니체철학에서는 진이든 선이든 미(사실 '미'와 '예술'이 직결되는것도 아닙니다만)든 힘에의 의지가 발현되는 '삶'이라는 지평 위에서 정당화되는 것일테니까요. 설마 니체의 '예술철학'이 '철학'이 아니라 '시'라고 주장하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 2. 단순히 님께서 니체가 구사하는 문학적 표현을 들어 그를 '예술가' 혹은 '시인'이라 칭하고 싶으신 거라면 저도 반대는 하지 않습니다. 제가 위에서 시인이란 말에 굳이 작은따옴표를 친 데 주의를 기울여주시길. 저는 단지, 아직도 니체를 철학자의 반열에 끼울지 말지를 고민하시는 안타까운 어르신들께서 흔히 니체를 비하할 때 사용하는, '시인'이라는 '공격적'인 표현으로부터 니체를 옹호하기 위한 표현으로 '철학자'라는 말을 쓴 거니까요. -
신승원
2005.07.01 09:43
->아직도 니체를 철학자의 반열에 끼울지 말지를 고민하시는 안타까운 어르신들께서 흔히 니체를 비하할 때 사용하는, '시인'이라는 '공격적'인 표현으로부터 니체를 옹호하기 위한 표현으로 '철학자'라는 말을 쓴 거니까요. ㅋㅋㅋㅋ 동감. 국내에 모 철학자께선 니체 철학에 대해 한마디로 '니체 철학은 철학이 아니다'라는 망언을 했더군요. 그리 나이도 많지 않으시던데.... -
강석규
2005.07.12 12:43
아직도 훈고학 하구 계시군요.한국 철학의 한계를 아주 적날하게 들어내는 책...
분석하고 판단 밖에 못합니까?ㅉㅉ공자가라사데나 니체 가라사데나 뭐가 달라요?
몇 천년전이나 똫같군요. -
강석규
2005.07.12 12:46
50년이 지나면 넌 한가지를 알고 있을 거야.니가 모방밖에 하지 못했던것을...한국철학자의
전문분야를 보세요.현상학이니 독-프 철학이니 하는 훈고학만 하고 있지 않나요? -
독자2
2005.07.14 23:08
1. 분석과 판단이 아니면 뭘로 철학을 하라는 말씀이신지 궁금합니다. 2. 논지로 따지자면 현상학, 독-프 철학(이게 무슨 범주인가요?)=훈고학 이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어떤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3. 선배 철학자에 대한 깊은 천착이 없는 사유, 철학사의 맥락을 끌어안지 못하는 사유는 대단히 '독창적'인 것처럼 보일 수는 있겠지만 사실상 맹목적일 뿐입니다. 님께서는 모방과 창조가 확연히 구별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별로 그렇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뛰어난 문학작품을 억척스럽게 필사해 본 작가들이 다른 작가들보다 더 '창조적'인 글을 쓸 수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
독자
2005.09.08 12:50
백승영교수님의 글에 제 눈이 갑자기 휘둥그레지더군요 .너무 감동적인 부분이 만았구요 저 역시 독일에서 니체를 만나고 온다는 아들이 있기때문이지요.그 어려운 공부를 외로움속에서 무사히 마치셨다니 대단하십니다 교수님 지금쯤 힘들어 하는 아들에게 용기를 줄수있는 것이 무엇이 있를까요 .교수님 제 멜입니다 꼭 물어보고 싶는게 있거든요 .chery61@hanmail.net.입니다 -
독자
2005.09.08 13:01
교수님 멀리 타국에서 어렵게 공부하고있는 제 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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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의 폭과 깊이에선 단연 국내에서 나온 니체 연구서 중 최고 중 하나이겠으나 때때로 글이 좀 산만한 느낌이 있음. 초보자가 읽어선 안될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