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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화론

철학과 철학사 이진경 교수에 관한 단상

김재인 2004.07.10 00:28 조회 수 : 4218 추천:32

오늘자 (아니 어제 금요일자가 되겠다) 한겨레신문에 '이상한' 기사가 실려 눈길을 끌었다. <진보평론> 관련 기사였는데, 마지막 대목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었다. 안수찬 기자라면 익히 그 취재 정신에 신뢰가 갔었는데 (예전에 탄핵 직후에 내가 그의 글을 직접 퍼온 적도 있다) 이번 기사는 영 아니올시다이다. 문제의 대목은 이렇다.

<< 진보적 이론 시장을 분점한 각 잡지들이 ’자기 우물’만 파고 있는 현실도 진보이론 진영 전체의 걸림돌이다. 이진경 교수(서울 산업대)는 “각각의 잡지가 기존의 자기입장을 재생산할 뿐, 다른 입장을 적극 수용하거나 격렬한 논쟁을 벌이면서 새로운 종류의 담론을 생산하는 노력은 거의 없다”며 “이는 한국사회 지형의 구조적 문제인 동시에 좌파 역량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

왜냐. 이진경이야말로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는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나도 물론 그의 후배 세대에 속하기 때문에, 그가 학계에서 당했을(?) 고통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그 자신이 학자라면(?), 학자로서 지켜야 할 도리가 있는 법인데, 그 자신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최근에 본 사이트와 수유리 사이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침묵 논쟁이 그 단적인 사례이다. 달밤에 유령을 보았는지 개가 홀로 짖는 꼴이다. 그가 교수가 되어서일까, 아니면 교수의 범주에 이미 속해 있었기에 교수가 될 수 있었을까, 등 많은 의문이 꼬리를 문다. 나는 일전에 사석에서 그가 교수가 된 것에 대해 (이른바 취직을 한 데 대해) 축하의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요컨대, 나는 그가 교수이거나 교수가 되었다는 점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부 교수들이 보여주었던 나쁜 행태를 그가 교수가 되기 전부터 교수가 되고 난 후까지 계속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즉 비판과 논쟁을 거부하는 권위주의, 이론에 대한 강박적 집착과 순결주의, 나쁜 운동권적 엘리트주의 등의 면모를 나는 느낀다. 내 성격도, 참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글을 쓰고 나면 얼마나 비난에 시달릴지 뻔히 짐작하면서도, 옳다고 생각되는 일이라면 굳이 말하고야 마는 성미. 내 영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큰 일은, 학문적 거짓과 싸우는 일이며, 더 본질적으로 말하자면 거짓보다는 바보짓을 저지하는 일일 것이다.

(아래에 문제의 기사 전문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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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7.08(목) 20:11
  
인문사회과학잡지 활력잃고 위축

대부분 1천~3천부 발행
“새담론 생산노력 거의 없어”

<진보평론>은 국내 인문사회과학 전문지들 가운데 비교적 ‘선전’하고 있는 사례로 꼽힌다. 1999년 창간 이후 한번도 거르지 않고 때맞춰 발간한 저력은 제 주머니를 털어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해온 편집위원들의 희생이 뒷받침된 결과다. 그러나 인문사회과학 잡지들이 대중적 활력을 잃은 채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현실은 더 이상 ‘희생’으로 감당해낼 문제가 아니다.

현재 한국사회 진보·개혁이론 진영을 대표하는 주요 잡지에는 <창작과비평>, <역사비평>, <진보평론>, <문화과학>, <동향과전망>, <아웃사이더>, <인물과사상> 등이 있다. 최영익 교수(한신대)는 “’시민’ 개념에 착목한 잡지가 <창작과비평>, ’다중’ 개념에 근거한 포스트모던 마르크스주의 잡지가 <문화과학>, ’계급적 민중’이 주류적 관점인 <진보평론>, 민중도 시민도 아닌 다소 어중간한 위치를 취하는 것이 <당대비평>”이라고 분류하기도 했다. 현존하는 인문사회과학 잡지들이 일정한 ’시장 분점’에 성공했다는 분석이기도 하다.

그러나 1만부 안팎을 발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창작과비평>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1천부에서 3천부 정도의 ‘영세한’ 발행부수에 그치고 있다. 한 학술지 편집부 관계자는 “인문사회과학 잡지가 수지를 맞추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그저 ‘뜻’이 있으니까 계속 내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일부 잡지는 학술진흥재단에 ‘학술지’로 등재해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했지만, “정부 지원을 자청한 순간부터 이론과 현실을 함께 고민하던 역동성을 잃어버렸다”는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다.

‘독자 없는’ 인문사회과학 잡지의 현실이 웅변하는 것은 무엇인가. 계간 <인물과사상>을 펴내는 장의덕 개마고원 출판사 대표는 “이들 매체가 70년대 <창작과비평>이 발휘했던 사회적 의제 설정력을 잃어버린 게 오늘의 현실”이라며 “판매부수가 바닥을 기는 것은 대중적 이론·학술지로서의 생명력을 잃고 독자들에게 의미있는 발언을 하지 못하는 처지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진보적 이론 시장을 분점한 각 잡지들이 ’자기 우물’만 파고 있는 현실도 진보이론 진영 전체의 걸림돌이다. 이진경 교수(서울 산업대)는 “각각의 잡지가 기존의 자기입장을 재생산할 뿐, 다른 입장을 적극 수용하거나 격렬한 논쟁을 벌이면서 새로운 종류의 담론을 생산하는 노력은 거의 없다”며 “이는 한국사회 지형의 구조적 문제인 동시에 좌파 역량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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