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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화론

외국서적 번역 이대로 좋은가...짧은 시간에 졸속 양산
프랑스 철학서들 오역논란 빚어
2004년 02월 26일   강성민 기자  

최근 철학계에 오역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논란은 진태원 서울대 강사(철학)가 인터넷서점 알라딘에 데리다의 '불량배들'(이경신 옮김, 휴머니스트 刊)에 대한 독자서평을 올리면서 불거졌다. 진 씨는 '불량배들'이 "거의 페이지마다 오역이 있으며, 개념을 잘못 옮긴 부분도 많다"라며 예를 들어가며 지적했다.

또 '그라마톨로지'(김성도 옮김, 민음사 刊), '마르크스의 유령들'(양운덕 옮김, 한뜻 刊)도 오역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진 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진경·권순모 씨가 옮긴 들뢰즈의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인간사랑 刊)도 "매 쪽마다 심각한 오역이 하나씩 나온다"라고 지적하는 등 "학술적 인용을 위한 전공도서로는 문제가 많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철학서적의 번역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프랑스 철학일수록 오역논란이 그치질 않는다. '믿음에 대하여'(슬라보예 지젝 지음, 최생열 옮김)를 비롯한 지젝의 책들, '진보의 미래'(도미니크 르쿠르 지음, 김영선 옮김) 등이 구설수를 타고 있다. 특히 '진보의 미래'는 읽을 수도 없을 지경이라는 후문이다. 그러다보니 프랑스 철학서들을 많이 펴내는 동문선, 인간사랑 출판사는 '오역 공장'으로 낙인찍히는 상황이다.


동문선의 신성대 대표는 "우리 책이 오역이 좀 있죠. 고쳐야죠"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떻게' 줄일 지는 대책이 서지 않고 있다. 동문선은 거의 4일마다 책을 한권씩 내는데 "실용서 개발로 경영손실을 충당하면서 학술번역은 좀더 신중을 기하면 어떤가"라는 질문에 "전공자의 번역기피가 심각한 상황에서 마냥 역자를 기다릴 순 없다. 올해는 3일에 1권씩 내야 먹고살 것"이라고 해 어안이 벙벙하게 만든다.


좋은 책이 죽는다는 것도 문제다. 안 팔리다보니 금방 절판돼, 불명예를 안고 죽어가는 책들은 보는 識者들의 한숨을 불러오기도 한다. 최근 학계에서는 오역을 막기 위한 공동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프랑스학회, 프랑스학회, 한국불어불문학회 등 관련 학회에서는 필요성만 인정할 뿐 구체적 고민은 없는 상태다. 최근 '영미문학연구회'가 학진 지원연구로 광복 이후 2003년 7월까지 발간된 번역본 573종을 평가한 사례는 꽤 고무적이다.


학술지에서 '서평'란이 없어지는 것도 번역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학진의 학술지 평가나 대학의 연구업적 평가에서 서평에 점수를 주지 않기 때문에 연구자들이 글쓰기를 꺼리는 것이다.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학술진흥재단 측은 "학술지평가의 평가 항목 중 편집위원 연구실적 부분에서 서평을 연구실적으로 일정비율을 인정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이제 지식인이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 진태원 씨는 번역에 대한 토론영역을 섹트별로 나눠서 차례차례 접근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식인을 활용하는 출판시스템의 문제, 오역과 스타일의 구분, 분석철학·정치철학·형이상학 등 분과별 참조점의 차이, 번역을 학술업적으로 인정하는 문제, 많은 인적자원을 거느린 대학출판부의 역할강화 문제 등을 논해서 번역에 대한 지적 公準을 마련하는 일 말이다.


이번 '불량배들'에 대한 비판 역시 이런 비평문화의 부재 위에서 제기됐다. 이 책의 번역자인 이경신 씨는 "모든 페이지가 오역이라는 비판은 잘못됐으며, 짧은 기간과 薄利라는 어려운 여건에서 번역에 나선 역자에게 치명타를 안겨주는 발언"이라며 자기성찰적인 비판문화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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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04-02-2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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