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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화론

나도 역시 삶에서 가장 바쁘고 촘촘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논문 막바지에, 그 동안 허송 세월한 것은 아니지만, 하필이면 이 바쁜 시간에 그가 퇴임을 한다니, 신문 기사를 보면서 막 눈물이 쏟아지려 한다. "그 때는 우리가 참 강했다"고, 내가 운이 좋아 꽤 오래 살게 된다면, 손주들을 앞에 두고 그렇게 자랑하리라. 그 우리가 누구인지 물을 필요는 없다. '우리'라는 것은 가축을 두는 우리처럼 모였다가 흩어졌다 하는 것이니. 지금은 어떠한가? 그림자처럼 무력하지 않은가! 하지만 영원이란 순간에 있으니, 그 때 우리는 참 강했다고 영원히 말할 수 있으리라. 뇌가 생각하라고 있는 거라면, 과연 지금쯤은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즐겨 연구하는 학자들, 가령 들뢰즈와 가타리가 있고, 이들의 선배 니체와 스피노자와 흄도 있고, 또 윅스퀼이나 시몽동 같은 과학자들도 있을 텐데, 과연 지금쯤은 한 번 숨을 크게 멈추고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이란 이런 때 적어도 누구라도 해봐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 때는 우리가 참 강했다. 우리는 승리했고 권력을 만들었다. 이제 지금 우리는 적진 깊숙한 곳에서 길을 모르는 채 마른 종이처럼 바스라지는 패잔병이 되어 흩어져버린다. 아, 함께 했던 사람들, 시간들, 그 모든 것이 이제 마흔 즈음에, 번개 같은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앞으로 올 나의 아침놀과 가온에게 절대로 부끄럽지 않도록. 저자의 취임식은 당분간 되찾기 어려운 호시절의 끝을 가리키는 패전식이리라. 왜냐하면 인간 본성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편파성(partiality)일진대, 저자와 저들은 바로 그것으로 똘똘 뭉쳐 강력해지지 않았느냐. 신문마다 기사마다 심지어 인터넷 전체마저 다스리고 있지 않느냐. 신호를 감지하지 못하느냐. 생각이 있느냐. 잘 눈여겨 보고 있으련다. 특히 이른바 배웠다는 자들을. 나는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저들과 우리를 꽤나 관찰하고 탐구했는데, 바로 지금이 더 세심하게 기억해야 할 때이다, 각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벽에다 크게 고지하지는 못할지라도, 세심하고 꼼꼼하게 기록을 남기기 위해, 그보다 더 세심한 눈과 코와 귀를 갖고 촉지하도록 해야 한다. 생각해야 한다,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힘이 무엇이고 강한 것이 무엇인지 배워야 한다. 일일이 기록하진 않겠지만 지조 없고 의연하지 못하고 그림자처럼 가벼운 각자를 똑똑히 보련다. 그래도 그를 생각하면 눈물이 자꾸만 치솟는 건 왜일까? 아직 우리가 없기 때문일까. 어린이 프로그램처럼, 혼자서도 잘해요,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분노하지 않으면서 흔들리지 않으면서 우주처럼 머물면서 견디리라. 마흔 즈음에 내 자리를 찾아 가고 있다. 찾는다는 것은 언제나 만든다는 뜻이다. 드디어 내 어릴 적 꿈처럼 잘 만드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는 떠나지만 우리는 그를 보내지 않는다. '참 나쁜 대통령'이다. 참 나쁜 저들이다. 나는 다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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