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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화론

예술과 문화 문화론 찬반 논쟁 - MTV를 중심으로

서동철(펌) 2004.06.25 18:28 조회 수 : 5181 추천:256

I.

지난 세기 전반부에 독일어 문화권에 제시된 두 가지의 상반된 문화론을 다시 끄집어 올려 놓아봅니다. Benjamin과 Adorno의 문화론이 그것입니다.

공통점은 두 양반들 모두 그 당시에 등장한 현대 문화에 대한 반성을 하고자 했던 점입니다. 벤야민은 필름 문화, 아도르노는 대중 음악 문화를 도마 위에 올려 놓았었죠.

차이라면 허나 대상의 차이 뿐만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기본 시각이 상반됩니다. 벤야민은 필름 문화라는 재생산 기술 혁신에 따른 새로운 문화를 통해 비록 일회성인 아우라의 상실은 감수해야 하더라도 우리의 감성적 내지는 의식의 확장 기회라는 긍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반면 아도르노는 음악 산업을 통해 재생되는 대중 음악 - 기묘하게도 이의 중심에 미국의 재즈음악을 집어 넣습니다만 -에의 날로 증가하는 지배적 위치를 인간의 기본적 감지 내지는 인식 능력으로부터의 이탈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입니다. 문화의 상업화를 통해 문화 자체가 파괴된다고 보는 시각이죠.


II.

이와 엇비슷한 찬반의 논란이 지난 세기 후반 80년대 후반 쯤에 유럽 공간에서 있었습니다. 그 당시 새로 등장한 음악 TV 방송 MTV를 중심으로 벌어진 음악 비디오에 대한 수용자의 인식 변화에 대한 논란이었습니다.

우선 허나 거의 이구동성으로 이미 오래 전에 아도르노와 호크하이머가 주창하고 비판한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문화가 한 마케팅의 요소로 전락한다는 우려의 소리를 높임을 엿볼 수 있었지요. 즉 이 MTV를 통해 전송되는 음악 비디오는 소비자들의 창의력 고양은 고사하고라도 이와 관련된 욕구 충족을 절대 시킬 수 없으며, 오히려 그 소비자들을 일종의 최면술에 걸리게 함으로써 중심을 잃어버리게 한다는 비판을 서슴치 않았습니다. 그럼으로써 세상사를 비판적인 안목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적당한 거리 유지가 불가능하게 만들며, 이에 따라 자아 상실의 몰비판적 현상까지 몰고간다는 것이죠. 그 구체적인 예로 60, 70년 대 활발했던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젊은이들의 싱그러운 물결이 80년대 이후 서서히 그 자취를 찾기 힘들게 되었음을 들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러한 대중성이 함께 몰고오는 상업성 내지는 무비판성은 결국 이전의 소위 엘리트 문화가 보여 주었던 자기 실현에의 강력한 도구성을 상실했다 보여집니다. 우리가 그 음악 비디오을 보며 수용하는, 할 수 밖에 없는 지나친 공격성과 섹스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되겠죠. 마치 아도르노가 대중 문화를 일러 창의력과 자율성이 전무한 문화라 혹평을 했듯 말입니다.

물론 이와는 달리 그런 현란함 속에서도 긍정성을 보고자 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때론 우리의 일상적인 시간과 공간을 부수어버리는, 나아가 그러한 일상을 가능케하는 인과율의 법칙을 홀라당 무시해 버리는 화면들을 통해 새로운 인식의 방향성으로 오히려 유도하는 기능을 보고자 하는 게죠. 다시 말해 일상성의 차원을 부정함을 통해 시청자의 수동성보다는 오히려 능동성을 조장하여 어쩌면 오히려 더 생산적인 인간의 감지 능력을 키우는 역할을 엿보고자 하는 주장입니다. 전통의 부정을 통한 혁신적 문화 공간의 창출을 도모하는 셈이라고나 할까요? 바로 벤야민이 재생산 기술을 통한 필름 문화의 확대를 통해 의식의 긍정적 확장 기회를 보고자 했음에 상응한다 보입니다.  


III.

이를 빌미로 아울러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문제 거리로 등장하는 최근의 논쟁들 중 현대성을 이성적 통제나 계산력의 승리, 즉 이러한 소위 합리적인 능력이 우리의 몸뚱이가 갖춘 감성적 순발력에 대해 승리를 거둔다고 보는 시각에 대한 비판이 문득 떠오릅니다. 사실 여기 저기서 시도 때도 없이 이성적 내지는 합리적이라는 서양 근대 계몽 시대 이후의 핵심 개념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의 소리가 이즈음 끊임없이 들리고 있습니다. 이는 짧게 말하자면 이성적임 속에 이미 감성적인 요소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죠. 즉, 이성을 인간이 갖추고 있는 신의 하사물이라 아무리 고상틱하게 내세운다 해도 어쩔 수 없이 한갖된 인간의 한 능력임을 잊지 말자는 호소이기도 합니다. 이성과 감성이라는 경직된 이분법에 대한 (타당한) 불만의 소리인 듯 싶고, 나아가 경험 철학의 르네상스로도 보일 정도니 조심스레이 지켜볼 도리 밖에요.

어찌 보면 이는 우리가 밖으로 접하는 문화의 양태에 따른 변화에 걸맞게 안으로 이에 상응하는 인간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재반성을 시도하는 철학적 노력이라고도 보고 싶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어쩌면 문화 전체의 새로운 모습이 서서히 도래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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