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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화론

철학과 철학사 반론 : 진태원 씨의 지적에 답한다

김재인 2004.03.10 11:24 조회 수 : 3531 추천:27

반론 : 진태원 씨의 지적에 답한다
역서 비평의 윤리와 책임도 중요하다
2004년 02월 25일   이경신 불량배들 역자  

이번 진태원 씨의 서평을 읽고 착찹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본 역자 역시 프랑스 현대철학의 전공자로서 기존의 오역문화에 대한 비판적 인식 아래 번역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는 나름의 번역 철칙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내 전공 및 전공관련 서적 이외의 철학서 번역에는 손을 대지 않는 것이다.


혹시 역서 '불량배'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독자가 있다면, 진 씨가 오역의 사례로 꼽은 처음 두 가지 예들에서 보여지듯, 낯설고 어색해 보이는 역자의 개념어들과 번역 문체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것은 '데리다다운' 한글 번역에 대한 역자의 고민의 산물이었다. 실제로 번역어와 번역문장들은 수없는 수정작업을 거쳐 어렵게 선택됐다. 역서가 데리다의 원 의도를 왜곡하고 있지 않는 한, 많은 프랑스 철학교수들이 거북해하는 데리다의 문체와 개념어를 최대한 한글 번역 속에서 드러내 보이고 싶었다.


사실 한 권의 원서에 대한 번역은 다양할 수 있고 다양해야만 하며 역자의 번역 역시 여러 가능한 번역들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공정한 비평태도가 아쉽다. 이것은 분명 오역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평에서 거론된 32∼33쪽 사례는 역자의 부주의에서 기인한 오역이며, 이것은 역자에게 허용된 번역기간이 짧았기에 발생했던 것으로 변명해 본다. 실제로 한국 역서들이 심각한 오역을 피하기 어려운 여러 이유들 가운데 하나는 역자에게 번역서를 검토할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따라서 역자는 지금껏 발생된 오역을 책임지기 위해 차선책으로 '지속적인 검토와 수정'을 해 왔다. 누구든지 역서의 오역을 지적해 준다면 겸허한 마음으로 수용할 의사가 있다.  


그런데 오역문화를 문제삼고 있는 이 시점에서 역자와 출판사의 책임의식과 윤리만이 아니라 역서비평의 책임의식과 윤리도 더불어 생각해 봐야 하겠다.


비평의 기본은 그 정확성과 공정성에 있다. 원서와 역서를 대조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없는 독자를 생각할 때 번역도 신중해야 하지만 비평 역시 신중해야 한다. 오역과 잘못된 비평은 독자에게 이중 피해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또 비평내용의 정확성과 공정성만이 아니라 비평하는 태도의 성실성, 진지함, 비평방식의 개방성, 상호성도 중요하다. 비평이 단순한 비판, 아니 비난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 비평가는 역자와 출판관계자에게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옳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진 씨가 인터넷 공간 속에서 내보인 비평내용, 비평태도, 비평방식은 비판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결국 진 씨의 비평은 역서비평이 번역문화의 수준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한 사람의 역자, 한 권의 역서를 매장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오역 문화를 自靜하는 일은 그보다 훨씬 더 힘들다. 문제의 원인을 개개인의 도덕성 차원으로만 한정할 수 없는 까닭에서다. 아무튼 이번 일이 번역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2004 Kyosu.net
Updated: 2004-03-0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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