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철학과 문화론

철학과 철학사 철학 공부의 어려움

철학자 2018.01.08 12:45 조회 수 : 903

들뢰즈는 1980년 11월 26일 강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위대한 철학자들 대다수에게 있어 그들이 창조하는 개념들은 서로 분리될 수 없으며 진정한 [사상의] 연쇄들 속에서 다루어진다. 한 개념이 그 일부를 이루는 전체 연쇄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개념을 이해할 수 없다." 가령 이런 식이다. 라이프니츠의 가장 유명한 개념인 '모나드'는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관점', '단순실체', '모순율', '충분근거율(=충족이유율)', '추론의 진실', '사실의 진실', '가능성', '공가능성', '공불가능성', '분석' '완전함', '연속', '예정조화', '미분' 등 '모나드'와 연결된 다수 개념들의 체계와 함께 존재한다. 이 개념들은 서로 긴밀히 엮여 있기에, 한 개념만 떼어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말은, 한 개념의 이해와 체계 및 체계 내 모든 개념의 이해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 철학자의 사상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각성의 순간이라 해도 무방하다.

 

일반인들에게는 물론 철학 연구자들에게도 이 일은 쉽지 않다. 좋은 교사가 있어 체계 전체를 단박에 알려준다면 좋겠지만, 그런 교사는 드물다. 내 생각에 가장 좋은 철학 교사는 들뢰즈이다. 물론 들뢰즈 자신이 어렵긴 하다. 하지만 그의 강의들은 굉장히 이해하기 쉽다. 철학자로서의 들뢰즈 말고 철학 교사로서의 들뢰즈를 한 번 만나보기 바란다.

 

한국 상황에서 번역된 개념으로 철학을 공부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조언하건대, 어떤 철학자의 개념을 본래 언어에서 출발해서 설명하지 않고 한국어로만 설명하는 해설자를 절대 믿지 말라. 원 개념의 뜻을 알려고 해야지 (주로 한자로 조립된) 번역된 개념으로 이래저래 해설한들 되겠느냐는 말이다. 또한 본래의 문헌을 무시하는 해설자도 믿지 말라. 문헌 고증을 거친 텍스트가 아닌데도 특정 철학자가 진짜로 한 이야기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까? 철학에서는 특히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깊이 생각해 보지도 않고 아무 말이나 막 해대는 철학자는 없다. 결국 한국에서 철학을 공부하는 건 이래저래 어려운 일이다. 본래 언어에 대한 충실한 번역과 해설도 찾아보기 어렵고, 본래 언어에 대한 독해와 이해도 떨어지고, 문헌 고증의 어려움과 중요성도 모르고, 게다가 읽기 훈련이 충분치 않아 난독증이 만연해 있고,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자기 의견과 주장을 내세우려는 욕심은 그득하고.

 

철학을 공부하지 말고 그 시간에 고전 문학(문헌)을 읽는 건 어떨까? 얻는 게 더 많을 텐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고문살인의 전말 (김동렬 펌) [5] 철학자 2009.05.24 253373
공지 애도 노무현 [3] 철학자 2009.05.23 285993
공지 He will and should and must be back [5] 철학자 2009.04.18 259138
공지 그 때는 우리가 참 강했다 철학자 2008.02.22 275253
515 라이프니츠와 변용(affection) 철학자 2018.01.09 417
» 철학 공부의 어려움 철학자 2018.01.08 903
513 라이프니츠의 개념 apperception의 번역 철학자 2018.01.06 431
512 창비의 오만 철학자 2018.01.06 1373
511 인공지능 담론과 생각 착취 철학자 2017.12.12 536
510 호킹과 인공지능 [1] 철학자 2017.12.05 50
509 인공지능, 의사, 그리고 수학 (스크랩) 철학자 2017.12.05 29
508 알파고가 넘볼 수 없는 직업이 뜬다 (스크랩) 철학자 2017.12.05 41
507 들뢰즈 사후 21주기를 맞아 (2016년) 철학자 2017.12.05 55
506 대장 없이 일제히 발포하라 철학자 2017.12.05 26
505 AI 관련 필독서와 백서 20선 (Alexander Park 펌) 철학자 2017.12.05 38
504 학문과 여유schole 철학자 2017.12.05 31
503 정신질환의 진화적 역할을 밝히려는 유전학자들 철학자 2017.12.05 25
502 11 Articles You Must Read To Understand AI 철학자 2017.12.05 18
501 점 하나로 AI가 그림을 잘못 알아보게 된다 철학자 2017.12.05 12
500 철학자의 인명 표기 (니체, 스피노자> 철학자 2017.11.20 70
499 어느 뇌과학자의 인공지능 이해 철학자 2017.11.14 597
498 강인공지능의 출현은 언제? 철학자 2017.11.14 473
497 진정한 난수를 활용할 수 있을까? 철학자 2017.11.07 39
496 How Do You Turn a Dog into a Car? Change a Single Pixel. 철학자 2017.10.31 44